[어릴 적에. 78] 미꾸라지 잡기

By | 2014년 9월 22일

image어릴 때 미꾸라지를 잡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가을에는 물이 줄어든 도랑을 양쪽으로 막고나서 물을 양쪽으로 다 퍼올리는 방법이다. 이것은 주로 어른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양수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것은 아이들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또하나의 방법은 겨울동안에 돈에서 미꾸라지를 파내는 것이다. 미꾸라지를 판다니 무슨 말일까?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논에 미꾸라지들이 살았다. 그러나 가을 추수가 되고 논에 물이 마르면 미꾸라지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런데 겨울동안에도 물이 줄지 않는 논들이 있다. 추수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 흙은 질퍽거리고 발이 푹푹 빠진다. 그런 논들 중에 약간의 기름기가 뜨는 논들이 있다. 그런 논에는 미꾸라지가 살아 있다. 그런 논은 정해져 있다. 항상 그런 논만 그런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우선 논바닥을 잘 살피면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이 있는데 그 주위 흙을 삽으로 뜨면 흙덩어리속에서 미꾸라지가 나온다. 온동네의 아이들이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는다. 나도 거기에 참여한다. 그런데 동네아이들과 나는 두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나는 친구들이 잡는 것의 절반도 잡지 못한다. 절반이 아니라 십분의 일 정도 잡는다. 열심히 잡는데 결국 그릇에 담긴 미꾸라지의 마릿수는 적다.

둘째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나는 온 몸에 흙이 묻는다. 친구들은 손과 발 정도에 진흙이 묻어 있는데 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통 진흙 투성이다. 손발은 물론이고 얼굴과 머리카락, 팔꿈치와 무릎, 엉덩이, 심지어는 등까지 흙이 묻어 있다. 그 모습만 보면 내가 미꾸라지를 가장 많이 잡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이다.

아무튼 그렇게 잡아온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먹은 적이 몇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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