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어릴 적에 ∙ 추억 시리즈 99

99개의 추억시리즈 [어릴 적에]를 마무리하며

9월 3일에 추억시리즈를 쓰겠다고 50여개의 주제를 써놓았는데, 20일이 지난 오늘 99번째 글을 마지막으로 이번 시리즈는 마무리를 한다. 단기간에 쓴 가장 많은 글이다. 처음 시작한 50여개의 주제를 써내려가면서 잊혀졌던 기억들이 떠오르면 다시 주제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99개의 주제가 나온 것이다. 중간에 중복되는 추억들도 삭제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99개의 주제가 만들어졌다. 모든 주제들이 내 기억에 의존해서 쓴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약간의 차이가… Read More »

[어릴 적에. 99] 어릴 적 내가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내가 어릴 때 처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성장한 후에 생각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아버지는 약종상으로 “약방”을 운영하고 계셨다. 약방의 이름은 “진광약방”이었다. “진도(珍島)의 빛”이라는 뜻의 “진광(珍光)”이었다. 약방은 단품약을 팔 수 있지만, 조제약은 팔 수 없었다. 그러나 약방에서도 “쥐약”과 같은 독약이나 극약을 팔 수 있다. 따라서 약방에서도 약국과 마찬가지로 독극약장을 따로 두고 관리를 해야 한다. 당연히… Read More »

[어릴 적에. 98] 막내의 여유

내가 어릴 적에는 세째딸이 막내였다. 그 아래로 태어난 쌍둥이가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보다 열살이 어린 네째딸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상당기간동안 막내로 불리웠다. 세째딸은 항상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서 막내표시를 내곤 했다. 살결이 희고 포동포동하고, 얼굴도 예쁜, 말그대로 김약방집 세째딸이었다. 막내는 순둥이였다. 혼자서 버스를 태워 보내면 말없이 진도읍까지 갔다. 그러면 읍내에서 이모가 나가서 애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집에 올… Read More »

[어릴 적에. 97] 강아지의 복수

아버지께서 어린 강아지를 사오셨다. 개가 잘 안되었던(이 이야기는 이미 적은 바 있다) 우리집에서는 이렇게 반복적으로 강아지를 사야했다. 어린 강아지가 엄마가 그리웠던지 며칠밤을 그렇게 울어댔다. 나는 방안으로 들여와 재우고 싶었으나, 아버지께서는 개는 밖에서 재워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방안에 들여오지도 못한 채 어린 강아지는 밖에서 그렇게 며칠을 울어댔다. 며칠이 지나니 적응이 되었는지 포기를 한 것인지 밤에 낑낑대는 일이 많이 줄었다.… Read More »

[어릴 적에. 96] 외풍을 막아라

겨울에 양철지붕집은 추웠다. 외풍(外風)이 심한 편이었다. 진도에서는 외풍을 “웃풍(위풍)”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사투리이다. 양철지붕집은 창문도 얇고 벽도 얇았고, 문틈으로 바람도 많이 들어왔다. 양철지붕집은 현관이나 거실이 없이 작은 마루에서 곧바로 방으로 들어오는 구조이다. 즉 안방문 하나로 방과 밖이 구별되는 것이다. 다만, 약방이 붙어 있는 쪽만 약방이 현관 역할을 해 줄 뿐이다. 다행히 부엌쪽도 나중에는 바람을 막게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방문과 창문을… Read More »

[어릴 적에. 95] 약값의 암호화

제약회사 도메상으로 부터 약들이 박스에 넣어져서 도착하면, 약을 진열장에 넣는다. 당연히 종류별로 분류가 되어 진열된다. 그런데 진열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약상자에 글자를 써놓은 일이다. 그 글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썼다. 그런데 무슨 암호같이 글짜를 한 글자 내지는 두 글자를 쓴다. 이를테면 이렇다. “무이”라고 표현한다. 때로는 “다”, 때로는 “꽃이’, …. 이런 식이다. 분명히 글자들이 반복되어 나타나는데 그… Read More »

[어릴 적에. 94] 일본어와 반일감정

우리가 자랄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는 간혹 일본어로 대화를 하시곤 했다. 우리가 들어서는 안될 내용의 대화 때 그랬었다. 눈치로 대화내용을 파악하곤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언젠가 아버지가 “일본어를 배워보지 않겠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수의 나라의 말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른들의 영향이었을까? 우리가 자라면서는 “반일감정”이 어른들과 엇비슷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반일감정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Read More »

[어릴 적에. 93] 산토닌과 원기소

우리집은 약방이었다. 지금의 약국처럼 많은 약들이 있었다. 그 중 산토닌이란 기생충약이 있다. 젤리처럼 생겼고, 실제로 젤리맛이다.  가끔 약방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약을 사러오는 사람이 없으면 심심하기 그지 없다. 그럴 땐 진열장 아래쪽 서랍에 있는 산토닌을 하나씩 꺼내 먹는다. 젤리과자 대신에 산토닌을 먹는 것이다. 그런 이유였을까?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기생충 검사에서는 기생충이 없다고 나왔다. 당시에 학생들의 기생충 검사결과에… Read More »

[어릴 적에. 92] 버스가 끊겼어요

우리집 앞을 지나는 버스는 진도읍을 출발하여 오일시(5일 장이 서는 마을이름)를 거쳐 세등까지 온다. 세등에서 Y자의 길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벽파진을 가게 되고 왼쪽으로 가면 녹진항을 가게 된다. 우리동네 앞을 지나는 버스는 당연히 진도읍과 녹진항을 오간다. 그런데 가끔 버스가 끊기는 때가 있다. 바로 겨울이다. 추운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세등에서 Y자로 갈라진 왼쪽길을 내려오지 못한다. 세등은 작은 재(언덕)이다. 지금은 길도… Read More »

[어릴 적에. 91] 하관을 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라고 기억된다. 친구들과 함께 놀던 중 우연히 상여를 따라가게 되었다. 상여는 마을을 지나 연산리쪽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공동묘지로 갔다. 돌아가신 분은 “정길이 아저씨”이다. 정길이 아저씨가 아침에 소달구지를 몰고 나갔다가 갑자기 쓰려져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때 아저씨는 젊었다. 아마도 30대 중반이 아니었을까? 큰 아들이 나와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에 그렇게 유추해 보는 것이다. 상여가 무서워서 마을에 상여가 지나가면…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