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99] 어릴 적 내가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By | 2014년 9월 23일

내가 어릴 때 처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성장한 후에 생각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아버지는 약종상으로 “약방”을 운영하고 계셨다. 약방의 이름은 “진광약방”이었다. “진도(珍島)의 빛”이라는 뜻의 “진광(珍光)”이었다. 약방은 단품약을 팔 수 있지만, 조제약은 팔 수 없었다.

그러나 약방에서도 “쥐약”과 같은 독약이나 극약을 팔 수 있다. 따라서 약방에서도 약국과 마찬가지로 독극약장을 따로 두고 관리를 해야 한다. 당연히 자물쇠로 잘 잠그고, 또 대장(장부)를 잘 관리해야 한다.

가끔 군청 보건과(혹시 보건소이었을 수도 있음)에서 점검이 나온다. 점검을 나오면 “갑”과 “을”의 관계처럼 군청직원은 상당히 군림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어린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아버지는 매우 점잖으신 분이셨지만 남에게 굽신거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시는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청직원은 계속 위압적인 자세로 트집을 잡아낸다. 굉장히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버지를 보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벌금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쥐약 하나 팔고 그것을 일일히 장부에 적는 일은 쉽지 않다. 아마도 그 대목에서 트집을 잡힌 듯 하다. 작은 독극약장에 그 많은 쥐약을 다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따라서 따로 창고에 보관하는 것도 불법이었다. 아마도 이 두가지 사항에서 걸린 듯 하였다.

당시 어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약사보다 더 높은 의사가 되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겠지?’리고 말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저런 사람들을 혼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참 우스운 동기이지만 내가 의사가 되고 싶었던 첫번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왜 의사가 약사보다 높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 6학년 때 배가 아파서 읍내병원(자생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서 내 꿈이 의사가 되는 것으로 변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 때 비로서 흰가운에 대한 어떤 매력을 느꼈었다. 그 전까지는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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