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96] 외풍을 막아라

By | 2014년 9월 23일

겨울에 양철지붕집은 추웠다. 외풍(外風)이 심한 편이었다. 진도에서는 외풍을 “웃풍(위풍)”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사투리이다. 양철지붕집은 창문도 얇고 벽도 얇았고, 문틈으로 바람도 많이 들어왔다. 양철지붕집은 현관이나 거실이 없이 작은 마루에서 곧바로 방으로 들어오는 구조이다. 즉 안방문 하나로 방과 밖이 구별되는 것이다. 다만, 약방이 붙어 있는 쪽만 약방이 현관 역할을 해 줄 뿐이다. 다행히 부엌쪽도 나중에는 바람을 막게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방문과 창문을 통한 외풍은 심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였다.

새집을 지어서 살 때까진 우린 그렇게 추운집에서 살았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니 추운집이지 당시에는 그것을 당연시 하였다. 따라서 그런 외풍이 심한 집에서 겨울밤에 잠을 자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병풍(屛風)이다. 진도에서는 병풍을 “평풍”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병풍을 창문이 있는 쪽으로 약간 둥글에 놓는다.

아이들은 모두 내복차림으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간다. 그러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아이들이 벗어놓은 옷들을 우리들 머리위에 감싸듯 놓아 머리를 따뜻하게 보온한다.그러면 우리는 따스함을 느끼며 잠이 들곤 했다.양철지붕집에서는 한방에서 모두 잤기 때문에 그런대로 따뜻함을 느끼며 잠을 잤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머리맡에 서 있는 병풍을 보곤 했다. 병풍에 그려진(수가 놓여진) 새들의 그림과 글귀들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一笑一少 一怒一老”(일소일소 일노일로)도 그 병풍에서 본 글자들이다.

그렇게 바람을 막아가며 잠에 들었지만 문제는 아침이 되면 머리위를 감싸고 있던 옷들이 다 흩어져 있고, 새벽바람은 창문이나 문틈을 통해 들어왔다. 그러나 잠자기전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병품을 두르고, 머리위에 옷으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주시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이런 모습은 어린 우리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갖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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