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태우고 가는 여성운전자를 보며

By | 2012년 12월 25일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는 나의 극단적인 예가 될 수가 있다.

효자광장에서 우회전하였다. 앞서가던 차량이 차선을 변경한다. 나도 따라 변경한다. 2차선으로 접어들어 직진하던 차량은 (나는 이미 1차선에 들어와 있었다) 깜빡이도 넣지 않고 차선을 물리고 운전을 한다.

‘뭐지? 1차선으로 진입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운전습관이 저 모양이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속도를 줄였다. 저러다가 그냥 차선 변경하면서 들어오는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 차의 속도에 맞추어 속도도 낮춘다.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악셀레이터를 밟고 앞으로 갔다. 저 뒤에 오던 차량이 그제서야 차선을 바꾸고 1차선에 들어온다. 그리고 전주대로 나가는 좌회전 차선으로 따라서 들어온다. 신호등(직좌회전 후 직진)에 걸렸다.

백미러로 보니 옆자리에 세살 가량의 아이를 태웠다. 문제는 안전벨트도 없고, 카시트도 없다. 그냥 아이가 서서 대시보드에 턱을 대고 서 있다.

‘저러다 급정거라도 한다면?’이란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엄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무슨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와의 교감을 운전 중에 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와의 교감이 중요하다. 아이와의 눈맞춤도 중요하다. 아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와 계속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 한가지가 빠졌다. 지금 엄마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난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키워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가 자신의 일이나, 현재의 일에 가장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큼 중요한 교육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엄마는 아이의 나이와 상관 없이 “운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교육이 아닐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 왜 공부하면서 딴짓해?”라고 아이들에게 야단칠 때는 이미 늦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공부할 때는 공부해야 한다는 의식은 엄마가 운전할 때는 운전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자라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운전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아이를 저렇게 태운 것도 큰 문제이다. 안전벨트를 매면 아이를 구속시키는 것일까? 동네 어른이 자신의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야단치자, “왜 우리 아이를 기죽이냐?”고 달라드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운전할 때의 모습과 백미러로 비춰진 엄마의 위험한 운전은 내 머리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점심 때 있었던 일이었는데, 이제 집에 와서 적어 둔다. 엄마의 일시적인 행동을 보고나서 내가 섣불리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여성운전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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