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s inversus

By | 2020년 10월 10일

Situs inversus는 매우 어려운 의학용어 중 하나이다. 우리말로는 좌우바뀜(증), 또는 역위(증)이다. 같은 의학용어로는 “situs transversus”나 “situs oppositus”가 있다. 이 말은 우리 몸통(가슴과 배, 골반) 속에 있는 내장기관이 모두 반대쪽에 위치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내장의 위치를 “Situs solitus“라고 말한다. 즉, 심장은 왼쪽에 치우쳐 있고, 배안의 간은 오른쪽에, 비장은 왼쪽에, 췌장은 머리쪽이 오른쪽이고 꼬리쪽이 왼쪽이며, 위는 J 자 형태로 굽어져 있고, 따라서 이어지는 십이지장은 오른쪽에 C 자 형태로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Situs inversus는 이 모든 내장기관의 좌우 위치를 통채로 바꾸는 것이다. 이 용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위하여 Situs inversus totalis나 complete Situs inversus라고 한다. 그러나 그냥 Situs inversus라고만 해도 그 뜻은 전달된다.

오늘 페친 중 한 분이 아래와 같은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을 본다면 아마도 ‘좌우가 바뀐 사진이네’라고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심장의 위치가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Dextrocardia”를 생각할 것이다. Dextrocardia는 우리말로 ‘오른심장 또는 ‘우심증’이라고 한다. 심장의 좌우가 바뀐 선천성기형이다.

그런데 X-ray 사진을 조금이라도 볼 줄 알거나 해부학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고서는 ‘좌우가 바뀌었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에서 배안의 간(liver)이 왼쪽에서 보이고, 위(stomach)의 가스음영이 왼쪽에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에 X-ray 사진에서 좌우가 바뀌지 않았다면 이 환자는 Situs inversus라고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처럼 몸통안의 내장이 통채로 좌우가 바뀌는 경우는 선청선심장질환을 거의 동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장만 돌아가 있는 Dextrocardia(오른심장, 우심증)가 있을 때 선청성심장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마도 이 환자분은 다른 문제로 X-ray를 찍으면서 우연히 Situs inversus가 발견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궁금한 것들이 생겼습니다. 복부 CT 와 MRI 사진을 찍어서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이 사진 한장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1. 가슴 안의 폐의 엽(lobe)과 엽을 이루는 구역(segment)의 숫자와 위치, 모양은 어떨까? 숫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짐작을 합니다.
  2. 간의 엽과 구역, 그리고 portal vein의 위치도 궁금합니다.
  3. 간의 모습이 마치 미러링을 한 것과 같을 것인가? 아니면 180도 회전한 상태라고 본다면 앞뒤의 모습이 바뀔텐데 이것도 궁금합니다.
  4. 더불어 담관과 췌장(이자)안에서의 위치도 궁금합니다.
  5. 오른쪽으로 가버린 비장(지라)의 모습도 궁금해집니다.

다른 소화계통은 방향이 바뀌었을 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좌우에 쌍으로 있는 콩팥이나 콩팥위샘(부신)은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 올리신 선생님의 표현대로라면 말일에 이 환자가 내시경을 한다면 내과선생님들은 상당히 당황스럽고 또 힘들게 내시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에 하던대로 하면 방향이 반대로 되니까요.

오랜만에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진 한 장에 글 하나를 남겨 둔다.

2 thoughts on “Situs inversus

  1. 김은영

    꼭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변명입니다만,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설명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더 재미있게 공부를 했을텐데요.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은 더 발동하고 궁금해지는 게 더 많아집니다.
    먼 하늘이나 별, 우주와 과학같은 쪽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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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글 내용에도 있지만…
      정말 저 사진을 좌우 구별을 해 놓지 않으면…
      필름이 뒤집어진 것으로 볼 것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x-ray 사진 보고나서 필름이 뒤집어진 줄 알았습니다.
      정말 신비한 인체입니다.
      신비한 것 투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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