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제자에게

By | 2021년 2월 11일

페이스북에서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 살아가는 제자가 올린 글을 보았다. 7살이 된 아들의 교육에 대하여 고민이 많은 듯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자녀를 키우다보면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다. 내가 댓글을 썼다.

살살하삼. ㅋㅋ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붙었다.

교수님, 도대체 어떻게 아들 둘을 그렇게 잘 키우신 겁니까!!!

그래서 글 하나를 쓰기로 했다. 자녀교육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그동안 블로그에 써놓긴했다. 그런데 나의 지도학생이었던 학생이 이제는 의사로, 엄마로 살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내 자신도 돌아다 볼겸 글 하나를 써놓는다.

JY 엄마에게

의사로서, 엄마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간혹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을 보면서 학생 때(물론 이 때도 나이가 들었었지만 ㅋㅋ)나 지금이나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들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했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고, 조금 전에 아침식탁에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첫째로, 놀려! 원래 중학교 때까지는 노는거야. 키도 커야 하고, 근육도 잘 발달시켜야 하니깐. 전에 보니 하키를 배우던데, 그것 좋은 것 같애.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운동을 좀 해야해. 아빠랑 같이 놀 수 있는 것을 자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집에서 게임이라도.

둘째로, 많이 놀긴 하지만 중심은 잃지 않아야 해. 누가? 엄마가. 아이의 학습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아들 모르게 제공을 하는 것이지. 절대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그냥 놀이인 것 처럼.

세째로, 이 상황에서 엄마가 조급해지면 안돼. 아이가 반에서 상위권에 있으면 돼. 초등학교 때부터 그냥 1등을 하는 아이들은 끝까지 1등하지만, 만들어진 1등은 중학교, 고등학교로 가면서 점점 떨어지게 되어 있어. 처음에 힘을 너무 뺀 아이들이거든.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떄 1등 했을까? 천만에. 아들이 어느날 내게 물었어. “반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 기출문제랑 학원에서 주는 문제 풀던데, 나도 그런 것 해야되는 것 아님?”이라고. 그래서 “그냥 놀아!”리고 했음. 왜냐하면, 이미 도학력고사 같은 학교 밖의 시험에서 아이가 어느정도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네째로,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마.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앎. 다른 엄마들의 정보에 휘둘리면 안되고, 내가 내 아이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해. 누가 뭐했다더라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음. 지금 내 아이의 역량이 어떻고,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아이가 갖고 있는 갈등 등 감정상태는 어떤지를 잘 알고 있으면 된다고 봐.

다섯째로, 아이의 인생을 엄마가 어떻게 하려고 하지마. 어차피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는 엄마와 아빠가 이미 모델링이 되어 있고, 또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임. 물론 ‘책임감” 때문에 아이의 인생을 자신의 생각대로 하려는 마음이 있겠지만, 자녀교육은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닌 듯해.

자녀교육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기쁘게 받아들이고,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봐. JY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거기에 맞추어 부모로서 최선을 다할 뿐, 욕심도, 조급함도 버리길 바래. 그리고 시간이 되면 내 블로그 카테고리에 자녀교육에 대한 글들이 있으니 찾아서 하나씩 읽어보길 바래. 정답은 아니지만,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봐.


2 thoughts on “아이를 키우는 제자에게

  1. 전윤선

    교수님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말씀을 적어놓으셨어요. 저장해 놓고 불안 초조함이 저를 흔들때마다 읽겠습니다. 매일 읽어야 할듯해요^^. 교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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