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88올림픽 주제가

By | 2021년 10월 25일

몇주 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손에 손잡고”를 찾아 여러번 듣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손에 손잡고, 코리아나…. 이 단어는 그 시대를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뇌리에 박힌 단어일 것이다. 그 시기는 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남의대 해부학교실에서 조교를 하고 있던 때였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 노래는 전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의외의 흑백의 의상과 화려한 무대매너는 코리아나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나는 그들의 노래를 즐길 수 없었다.

서울올림픽이라는 성공적인 개최와 그리고 이어진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오늘날의 한국을 있게 한 전환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이 결정되었던 시기는 군사독재정권의 시대였다. 오랜 독재자의 정권이 끝나고, 민주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던 80년의 봄은 518이라는 말도 안되는 비극을 일으키며 다시 시작된 군사독재정권의 올림픽개최는 결코 나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전두환이나 노태우의 비민주적 정권에 대한 것은 법의 심판이 내려져 있어서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올림픽이 열리던 88년에도 나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국내정치상황은 올림픽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의 공연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30년이 더 넘은 2021년 가을에 나는 이 노래를 찾아서 여러번 반복해서 듣고 있다. 악보도 구해서 보고, 기타를 치면서 불러보기도 했다. 그들의 올림픽 개최 때 영상 뿐만 아니라, 올림픽 이후에 방송에 보여진 것들도 찾아서 보았다. 88서울올림픽은 내게는 독재자들의 우민화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다만, 코리아나의 노래는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듣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내가 잘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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