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By | 2013년 8월 14일

요즈음 영화 “설국열차”가 화제이다. 7월 31일에 개봉을 해서 어제(13일)까지 690만 관객이 영화를 보았으니 2주가 되는 오늘은 700만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서운 속도로 관객수를 동원하고 있다. 나도 어제밤 늦게 아내와 설국열차를 보았다. 좀 무리이다 싶었지만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밤 늦게 영화를 본 것이다.

430억이 투자되고, 영화 “괴물”의 감독인 봉준호감독이 배우 송강호와 손을 잡은 대작이다. 헐리우드에서 찍은 것은 아니지만 투자액이나 캐스팅면에서 헐리우드 영화에 준하는 수준의 영화로, 이미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던 시점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이미 몇몇 지인들이 ‘기대에 못미친다’라는 평가를 해주었음에도 직접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있었기 때문에 관람을 강행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70년대 후반에 보았던 영화 “카산드라 크로스(Cassandra Crossing, 카산드라크로싱)”을 떠올렸다. 전염병이 퍼지는 기차안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그들을 몰살하려는 세력들을 그린 영화였다. 끝없이 달리는 기차안에서 “인간”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유사하다.

다만, 설국열차는 열차의 외부의 세력은 없다. 달리는 기차안에서 앞칸에서 뒤칸으로 가면서 형성된 “사회구조“와 그 사회를 이루는 “인간“이 있다.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 이 영화의 원작인 Transperceneige의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나는 만화를 읽지는 않았다. 다만 비슷한 컨셉이라는 가정하에)

60칸의 열차는 앞칸에서부터 꼬리칸까지 인간사회가 굴러가기 위한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있고, 인간도 그 구조에 맞추어 그곳에 머물면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한 구조안에 들어간 인간이 그곳에 머물고자 하는 본능을 영화에서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채 좀 답답해 보이는 수준으로 나타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구조에 대한 무기력한 인간들의 “순응”과 반란을 주도한 커티스 일당(?)의 끝없는 앞칸을 향한 “욕망”을 대비하는데(분명히 대비해서 보여주고자 했음에도)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또 각 열차 칸마다의 세상의 모습을 잘 담았음에도 전체적 줄거리를 엮어가는데는 다소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

어느정도 영화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접하고 극장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정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영화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많이 아쉽다. 즉, 트레일러 이상이 것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연인 커티스의 역의 크린스 에반스에 비하여 주연에 속하는 송강호의 배우 설정과 그의 딸 요나역의 고아성의 설정 배경이 빠지고, 열차 설계자로서의 송강호의 배역은 너무 어색했다. 이를테면 열차 설계자로의 지식과 권위가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단순히 전선 몇개를 까제껴서 문을 여는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많이 아쉽다. 영화타이타닉에서 보여주었던 선박 설계자의 그런 권위가 없다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안이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담아야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연출이었음은 분명하다.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주었던 일정한 공간감(사람과 호빗차에서 오는)과 같은 공간감이 떨어졌더 점도 아쉽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윌포드의 여자비서역을 받았던 배우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연이던지 조연이던지간에 각자의 역할에 대한 카리스마가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배우가 바로 그 역할이다. 꼬리칸에 탄 엑스트라급 배우보다도 떨어지는 모습은 ‘왜 저사람을 캐스팅했지? 옵션인가? 아니면 1+1인가?’라는 생각마져 들게 했다.

영화는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여러 계층(그 계층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그런 계층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의 사람들이 하나의 큰 사회(그게 국가이던지 아니면 더 작은 단위이던지, 아니면 더 큰 단위이던지간에)를 이루어 가는데 필요한 “사회구조”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균형(Balance)“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는 약간의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을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균형”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균형을 이루어가는 시간속에서 인간의 “순응과 반항”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하다.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서 이런 느낌이 들었다. ‘대본을 봉준호감독 혼자 쓴 거였구나’라는 생각마져 든다. 이제는 시나리오를 함께(여러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짜임새가 더 있고,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해지지 않는다. CJ 엔터테인먼트의 과감한 투자와 봉준호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또한 출연배우들이 열연에도 박수를 보낸다. 아쉬운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며, 또다른 완성도 높은 한국영화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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