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회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주부로 살게 만든 그 원흉(?)이 바로 나 자신이다. 아내가 한번도 그 부분에 대하여 내게 말한 적은 없으나 내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아내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여자이다. 공부를 계속했다면 지금쯤 대학교수를 하고 있어야 할 능력을 갖고 있다(단순히 학력이 높다고 교수를 해서는 안된다).
단지 아내는 그런 중요한 시기들을 놓쳤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다. 아내도 그 부분이 많이 아쉽겠지만,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아직도 매우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아내는 내가 존경하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은 아쉬움의 본질적 문제를 남편인 내가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아내가 어떤 삶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나, 지금보다는 더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하고 정직하며 지혜롭게 살아왔던 수많은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물론 나의 이런 말이 아내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을 듯 하다). 어느 것 하나 대충하는 법이 없고, 귀찮게 여기는 법도 없다.
점심을 먹고 앉아서 후회가 아닌 아쉬운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