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화상 ⑦ 배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By | 2014년 6월 2일

병원에서, 터미널에서, 이마트에서 현관유리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들 중 뒷사람을 배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문을 밀고 나가면 끝이다. 어글리 코리언(Ugly koreans)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때론 20여분을 서서 지켜보아도 똑같다. 어쩌다 뒷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손으로 문을 잡고 기다려 뒷사람이 문을 잡도록 하는 경우가 간혹 (정말 간혹) 있을 뿐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문을 잡아주면 고맙다는 표시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냥 문잡아주는 직원정도로 취급당하는 느낌을 느끼곤 한다. 그냥 당연하게 살짝 몸만 빠져나간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으려고 배려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뻥뚤리는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다.

배려하지도 못하고, 배려에 감사할 줄 모르는 미개한 사회의 모습이다.

나는 10여전 전 캐나다에서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난민아파트에 가까운 가난한 아파트에서 살 때의 일이다. 우리 층에 엄마와 누나랑 사는 4살짜리 백인 꼬마와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 문을 잠그고 복도를 현관쪽으로 가려고 복도를 걷는 순간, 마침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꼬마는 내가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복도를 걸어오는 나를 발견하고 문을 잡고 서 있었다. 내가 현관에서 5번째 집이었으니 그냥 문을 닫고 가도 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실은 결코 짧지 않은 거리였으니) 얼굴을 마주보고 “Thank you, son!”이라고 말하자, “You are welcome!”이라고 웃음을 띄며 대답했던 그 녀석이 가끔 떠오른다. 어릴 때 부터 배려에 대하여 철저히 배우는 그 사회가 부러울 뿐이다.

1층에 내려간 후 현관문을 잡아주자, 다시 “Thank you!”라고 인사하며, 현관을 나서던 그 녀석이 오늘따라 많이 생각난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