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11년간 시행한 의전원제도가 올해로 끝이 난다. 물론 올해까지 입학한 학생들이 있으니 한동안 이 제도권하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갑자기 부정적인 제목의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오늘 아침 젊은 임상교수 한명이 나를 찾아 왔다. 지금 2학년들의 분위기를 물어보기 위함이다.
학생들이 수업태도 뿐만 아니라 시험성적도 매우 나쁘다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답해서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작년에 몸이 좋지 못해 그 학년(지금의 2학년)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작년에 12명이라는 근래 보기 힘들게 많은 학생들이 유급을 하였었다. 그런데 그 학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니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면 오랫동안 이와 같은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과목을 담당했던 교수들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듯 하다. 그 과목을 맡은 다른 교수 한 명을 오늘 점심 때 만나서 식사를 했다. 그 교수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희가 직업 양성소인가요?“라고 말이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슬픔이 몰려온다. 젊은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내뱉었을 때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 일부 학생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우려스러운 일들이 있다. 여기에 일일히 적지는 못하지만 교수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일들이다. 그런 학생들은 의전원을 오지 않았어야 하는 학생들이다. 의사가 되어서는 안되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단순히 점수가 되어서 들어온 경우들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하 하는가? 그런 학생들의 배경에는 잘못된 자만감과 이기심, 그리고 간사함과 비겁함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진다.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온다.
조금전에 1학년 총대단을 불렀다. 1학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고, 신입생인 1학년들에게 이런 나쁜 정서들이 전이가 될까봐서이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냈다. 지금 학생들의 분위기에 대하여서도 이야기했다. 몇가지 당부를 했다. 학생들이 꼼수를 부리고, 교수들과의 신뢰를 쌓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이다. 의사가 되려고 하는 의대생이나 의전원생들은 공부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엔 인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불행해진다.
슬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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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5일에 작성한 후 계속 ‘감춘글”로 두었다가, 2016년 7월 31일 ‘공개글’로 전환함. 이 글을 쓴 날, 내 마음은 참담했다. 두 젊은 임상교수가 나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젊은 두 교수가 나를 찾아왔을까? 아무튼 학생들이(극히 일부라고 할지라도)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기에 글을 적고나서 줄곧 감춘 글로 두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