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By | 2015년 2월 15일

지난 1년 동안(1년이 넘을 수도 있음) 심하다 싶을 정도의 절구질로 인해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윗집에 아내가 올라갔습니다. 18번의 벨을 누르고서야 할머니가 나왔다네요. 실은 할머니도 아니죠. 손주를 키우고 있긴 한데 거의 아줌마 수준의 나이입니다.

전에 제가 한번 올라가서 말하려고 하니 문을 닫고 들어간 후에 몇번 윗층에 올라가다가 중간 계단에서 내려오기를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한번은 올라가서 벨을 눌러도 반응은 없는데 절구질을 멈추었습니다. 아마도 인식은 하는 경우라고 보여집니다. 여러번 올라가서 이야기를 할까 말까 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잘못보다는 다른 핑계를 대거나, 오히려 그런 것도 못참아준다거나,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라는 답변이 나올 것 같아서 그랬던 것입니다. 처음에 올라갔을 때 문을 획~ 닫고 들어갔던 기억 때문에 그렇게 유추하는 것입니다.

새벽 6시반에도, 밤 10시 반에도 절구질을 합니다. 어제는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닌 8시 이전이었지만 꼭 한번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아내가 드디어 맘을 먹고 올라간 듯 합니다. 한참동안 내려오지 않아서 나중에 아내가 집에 온 후에 물어봤더니, 조목조목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조목조목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감정조절이 아주 잘 되니 상대방도 대꾸를 아무렇게나 하지 못합니다.

그 할머니는 애기(손주)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은 애기가 뛰어다니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됩니다. 발걸음 소리가 나지만 별로 크지도 않을 뿐더러 아이들이 뛰는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할머니의 뒤꿈치로 걷는 소리도 크지만 그것도 그리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할머니의 절구질입니다. 통마늘은 물론이고, 소리로 들어봐서는 생강까지도(김장담글 때는 정말 하루종일 절구질을 했지만 참았습니다.) 절구질을 합니다. 심지어는 그 절구를 들지않고 끌고 가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별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소리를 들으니 하루종일 집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돌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병원입원 때문에 잠시 집에 와 계시던 어머님과 장모님께서 “한번 쫓아올라가서 이야기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 이해가 가실 겁니다. 아무튼 착한 아내가 그동안 긴 시간을 참고 있다가 드디어 올라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이 아파트에서 20년간 살았는데 이렇게 시끄러운 경우는 처음입니다.

아내가 올라간 이유는 사과를 받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시끄럽게 해버린 것을 어쩌겠습니까? 그저 앞으로 좀 조심해달라는 뜻으로 가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저도 아랫집에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윗집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전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를 내릴 때는 기계를 두 손으로 들고 내립니다. 이 기계가 소리와 진동이 만만치 않습니다. 작은 기계이지만 압축된 물을 분사해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전 사실 집에서 뒤꿈치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습관이 되어서 집안에서 빠르게 걸을 땐 자동으로 뒤꿈치가 들게 됩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조심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윗집을 비난하려고 쓰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조심하자는 뜻이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적어 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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