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By | 2011년 11월 6일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제도는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대학의 경우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어떤 대학원 100% 전환하였고, 어떤 대학은 의과대학과 의전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병행대학으로 분류되었다. 결국 2010년 가을에 “의과대학으로의 회귀”냐, 아니면 “의전원으로 잔존”하느냐?를 결정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5개 대학이 의전원체제로 가기로 했고, 나머지 36개 대학은 의과대학체제로 결정되었다.

대부분의 대학의 의전원으로의 전환은 분명히 이 제도가 실패한 제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많은 혼란을 가져왔었다. 특히 이 제도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줄어든 정원으로 인해 일반학과에 진학해야 했고, 의예과의 좁은 문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큰 혼란과 실망에 빠지게도 했다. 우리 대학의 경우 11년간동안 의전원제도가 시행된 경우이다. 결코 적지 않는 기간이며, 이 기간을 통해 11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될 것이다.

오늘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의전원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이다. 오늘은 교회에서도 수험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아침 일찍 뚤레주르에 가서 찰떡을 구입했다. 다들 입시철 호황을 누리는 모습이었다. 수험생에겐 이번 주간이 또 힘든 시간들이 될 것이다. 이런 시간에 “의전원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라는 타이틀을 떠 올리게 된 것이다. 물론 평소 때 늘 해왔던 말이기도 하지만, 오늘따라 강하게 다가온다.

의전원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첫째로, 의전원 학생들의 평균나이는 매우 높다. 의학교육학회지에 실린 논문중에 의전원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학고 바로 의예과를 거쳐 들어온 의과대학생(본과생)보다 평균나이가 4-5세정도 높은 의전원학생들은 아무래도 나이에 의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수 있다. 즉, 극복해야 할 나이의 문제가 있는 셈이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온 경우에 학업성취도가 훨씬 더 높다. 나이가 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장생활을 하다 온 경우엔 더욱 나이의 극복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실제로 암기력은 25세를 넘어서면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더 들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져서 암기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둘째로, 의예과를 보내본 많은 사람들은 의예과에 대한 기억이 부정적이다. 2년간의 생활이 그저 놀고 먹고 지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예과에서 2년간 배운 학점은 매우 많다. 아무리 놀았다고는해도(이것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좋은 머리를 별로 쓰지 않고 지내온 이유일 것이다) 수많은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한다. 일반학부생들이 의예과생들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학업성취가 더 높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2년간 선배 등을 통해 배우는 간접교육(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 모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반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학부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최근 의전원에 들어오는 갓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는 학점취득과 MEET 준비 등으로 인해 의예과와 같은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전원에 들어오면 문과계열이던지 이과계열이던지 비슷한 상황에서 의전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본과에 들어오기 전에 거쳐야 할 의에과 과정이 생략된 채 본과 생활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의전원 초창기 교육에 많은 어려움을 만들어냈다. 꼭 의예과 출신이니 의전원 출신이니 구분하지 않더라도 필요없을 것으로 보였던 의예과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의예과 무용론이 의예과 유용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째로, 의전원생이던지 의학과생이던지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 어떤 학과의 학생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이기 때문이다. 의학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서는 어떤 이유로도 핑계가 될 수 없다. 의학은 공부의 깊이게 적정선이란 없다. 끝없이 해야 하는 학문이다. 학문의 길이 멀고 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길을 선택한 경우엔 열심히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네째로, 의전원제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예과에 들어가야 할 학생들의 길을 좁게 만들었고 두번의 기회를 얻은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따라서 의전원에 입학한 의전원생인 경우는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솔직히 의전원생들은 두번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한번의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세대가 존재하게 된다. 이번에 수능을 보는 세대들도 그렇다. 좁아진 의예과 입시를 거쳐야 하고, 이번에 의예과를 가지 못하는 경우 (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의전원의 길도 다시 좁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지금 의전원을 다니거나 앞으로 들어올 학생들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두번의 기회에 대해 감사의 마음과 함께 더욱 더 의학공부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의전원제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이 수능을 며칠 앞둔 휴일에 생각해 본다.

2 thoughts on “의전원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1. janihyo

    안녕하십니까,

    김형태 교수님.

    저는 올 8월에 KAIST를 최우등졸업하고 내년 3월부터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한 학생입니다.

    의학 공부에 관한 글을 검색하다가 교수님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글을 읽어내리는 중에 사뭇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의전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의대를 들어가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져서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부분이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학교를 다녔습니다.

    줄곧 미국 대학을 준비하다가 2008년도에 금융 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고,

    우리나라 입시와는 전혀 무관한 준비를 해서 갈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데 필요한 서류 (SAT, AP 성적) 등을 가지고 KAIST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4년 후, 올 8월에 4점이 넘는 우수한 성적으로 최우등졸업을 하였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를 비롯해 이번에 같이 들어가는 친구들 대부분은 수능을 쳐 본 적도 없는 학생들입니다.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특성상 그런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이와 같이 비단 의대를 가지 못해서 의전에 들어간다는 의견은 성급환 일반화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을 합니다.

    교수님께서 적어놓으신 글을 쭉 읽으며 앞으로 의사로서의 소명, 학업, 가치관 등에 대해서 체험을 하고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매우 추워졌습니다. 교수님께서 부디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긴 댓글 남겨주어서 고마워요.
      저도 무슨 내용인지 다시금 읽어 보게 되었네요.

      2011년이면 충분히 어떤 마음상태에서 적었던 것인지 짐작이 갑니다.
      그 무렵에 들어온 학생들에겐 분명히 네번째 이유에 대한
      제 의견이 나올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보여집니다.
      분명히 두번의 기회를 얻는 학생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의견을 우려한대로 보편화시킬 생각은 없답니다.
      특히 각 대학별,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할 것입니다.

      janihyo 학생처럼 그런 학생들도 있겠지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서울의전원을 들어가는 학생들의 수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방국립대와는 학생들의 배경이 다른 부분도 있답니다.
      따라서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항상 글이라는 것이(특히 블로그에 올리는)
      그 시기를 벗어나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2001년부터 2003년사이에 캐나다에서 살면서…
      적었던 이야기들도 몇년전에 문을 닫은 이유가..
      바로 그런 오해들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랍니다.

      혹시 제 블로그에서 불편한 글이 보이더라도…
      좀 더 폭넓은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라고..
      또 조금이라도 건질 내용이 있으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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