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교수회의 연락을 받고…

By | 2016년 2월 19일

갑작스럽게 교수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이유는 진급(유급) 재사정에 대한 긴급회의이다. 2015학년도 1학년의 유급이 예년에 비하여 매우 많았다. 11명이 유급을 했다. 그런데 진급자 중 한명이 의전원 “성적사정위원회과 교수회의”의 결과와는 달리 본부의 학칙에 의하여 유급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법률을 근거로 한다면 유급이 맞다. 그렇다면 재사정에 의해 유급자의 숫자가 한 명이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2015학년도 1학년의 유급생은 모두 12명이 된다(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교수회의가 열리지 않은 상황이라 공식적으로는 결정된 것은 아니다.).

본부로 부터 온 공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요청 사유

  1. 본교 학사운영규정 제28조에 의거, 소수점 이하 셋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2015학년도 평점평균이 1.99로 산출되어 있고, 이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 학칙 제26조 제1항의 진급 기준(평점평균 2.0 이상)에 미달되므로, 위 학생은 유급 처리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 됩니다.             
  2. 위 학생이 당초대로 진급할 경우, 추후 감사시 지적될 것이며, 시정조치에 따라 학위수여까지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학생 보호 차원에서도 꼭     재사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3. 아울러, 금번과 같은 혼선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 차제에 의.치전원 학칙상 진급 기준을 “2.0점 이상”에서 “2.00점 이상”으로 변경하는 학칙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4. 참고로, 최근 익명의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으로부터 위와 관련한 유선상의 민원성 질의가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4번에 “익명의 학생으로 부터 민원성 질의가 있었다”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왜 그 학생이 진급대상이 되느냐?라는 질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 한국 사람들은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것일까? 유급대상인 학생은 법적으로 유급이 맞다. 의전원 성적사정위원회에서 1.99이니 반올림해서 2.0이 되어 유급이 아닌 진급으로 결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본부에서 기준을 2.00으로 변경하라는 이야기는 본부의 학칙에 “소숫점 세자리”까지 계산하여 반올림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숫점 세자리까지 계산해서 반올림을 해도 1.99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숫점 두자리까지냐? 세자리까지냐?에 따라 진급과 유급이 결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학사운영규정에 따르면 최종성적은 1.99가 되고, 2.0이 안되기 때문에 유급이 불가피하다. 긴급교수회의를 열어서 결정이 될 예정이다. 아무튼 의전원학생, 그것도 동료학생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친구의 진급과 유급에 대하여 민원성 질의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교수인 내 입장에서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법적인 근거에 따라 이 학생을 유급을 시키는 것이 학생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요청사유 2번에 있듯이 추후에 시정명령에 따라  4학년까지 다니고도 졸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진급결정 이후에 다시 유급의 결정이 자신에게는 매우 충격적이고 힘든 일이겠지만, 1년간 와신상담 열심히 학업에 열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는 것이지, 잘된 결정을 뒤집는 것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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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긴급교수회의”가 열린다는 연락을 받고 쓴 글이다. 아래에 두 번의 “긴급교수회의”가 다 끝나고 간단하게 그동안의 일들을 간단히 정리해 둔다.

교무처의 “유급 재사정 요청에 대한 공문”에 대하여 2월 18일에 대학원위원회가 다시 열려 “유급 재사정 요청”에 대한 교무처회신에 대한 이의 제기와 수학자에게 유효숫자에 대한 수리학적 자문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교수회의는 2월 22일(월)에 열렸으나, 수많은 의견이 오고갔고, 결국 법률적 자문을 받기로 했다.

의전원 집행부는 이에 대하여 외부법률기관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받았고, 또한 본부 교무과에 반복적인 질의를 통한 결과를 가지고 2월 24일 저녁 6시에 다시 긴급교수회의가 열렸다. 한 학생의 진급과 유급에 대하여 교수들의 지대한 관심과 노력의 모습이라고 보여진다. 현 집행부 또한 본부의 교무처장과 부총장 등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의견이 오고갔지만, 법률적 해석과 현 학사운영규정에 의하여 1.99는 2.0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됨에 따라 유급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일은 교수들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우리대학의 교수님들의 학생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글은 2016년 3월 9일 공개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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