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신 어머니와 영화보기

By | 2012년 7월 24일

80이 넘으신 어머니께서 안과진료 때문에 전주를 방문하셨다. 저녁도 먹고 영화를 보기 위해 롯데시네마를 향했다. 솔직히 우려반 걱정반으로 영화관람을 시도했다. 한국영화인(자막이 없으니) “연가시”를 볼까도 생각해봤는데, 보고나면 후유증이 더 심할 것 같아서 약간은 힘들겠지만 “다크나이트”를 선택했다.

월요일 저녁이라 많이 복잡하진 않지만 예약을 하고 갔다. 티켓팅을 해놓고(예약을 해놨어도) 저녁을 먹었다. 나는 알밥을, 아내는 알탕을, 어머니는 생대구지리를 선택했다. 가격때문에 선택을 머뭇거리는 어머니께는 강압적으로 생대구탕을 시켜드렸다. 알밥의 두배 가격이어서 망설이신 듯 하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늘 그렇다. 좀 비싸면 선택하지 않으시려 한다. 그리고 이전에 드셨던 식당과의 가격을 비교하신다. 이해가 충분히 되는 대목이긴 하다.

아무튼 우려반 걱정반으로 시작한 영화관람은 관람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시라고 하면서 시작되었다. 두시간 반 정도의 상영시간 동안 어머니는 잘 참아(?) 주셨다. 상태가 좋지 못해 치료받고 있는 눈을 보호하시기 위해 한쪽눈을 손으로 가리는 행동이외에 차분하게 잘 보셨다.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시지 않으셨다. 겨울철이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아주오래전에 봉면달호(이경규제작, 차태연 주연)를 서울 코엑스에서 본 적이 있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장만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쓰는 것을 보고, 영화구경을 제안해서 대가족이 함께 영화를 본 이후에 어머니께서는 오랫만에 영화를 본 셈이다. 자식으로서 더 솔직한 마음은 어머니의 삶에서 마지막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거동하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 관람을 시도한 것이다.

아무튼 영화를 무사히 관람하고 나왔다. 아들인 나로선 조금은 산만하게 (스크린과 어머니를 번갈아 봐야 하는) 관람하긴 했지만, 오랫만에 아내와 영화관람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3 thoughts on “늙으신 어머니와 영화보기

  1. logic on fire

    뭉클하고 눈가가 적셔집니다.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2시간 반,
    번갈아가며 시야에 들어오는 어머니, 스크린,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저는 아직 어머니를 뵐 날이 많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인생사이니,
    남은 시간,
    어머니의 얼굴을,
    자꾸 눈에 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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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진수

    자식이란 다 같은 모양입니다. 저도 지금 이 내용으로 글을 쓰려고 하다가 혹시나 해서 검색했는데 교수님께서 먼저 쓰셨네요. 진정어린 글 잘 봤습니다.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 어머님은 건강 괜찮으신지요. 모쪼록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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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즈음 블로그에 글을 적지 않아서 댓글을 늦게 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3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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