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By | 2016년 4월 24일

지난 금요일에 허리와 다리의 심한 통증으로 인해 경막외마취를 시행하고, 안정을 취하느라 쉬고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것이다. 며칠간의 통증에서 벗어나자 이런 자유룰 만끽해 본다.물론 단독주택에 대한 생각을 처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것들을 실제 펜을 가지고 그려보았다.

당장 집을 짓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내가 주택을 지은다면..’이란 가정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글을 남겨두면, 사람들은 금새 “김형태 교수가 집을 짓는다더라”라고 소문이 나버린다. 그것은 아니다. 그냥 생각으로 지어본 것이다.

설계도면이라기보다는 “이 정도 사이즈에다가,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수준의 컨셉일 뿐이다. 설계는 설계전문가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의 도면을 찾아 보니 대충 사이즈가 눈에 들어왔고, 그것을 기준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공간사이즈를 정하게 된 것이다. 평소에 생각해 왔던 ‘내가 단독주택을 짓게 된다면..’이란 생각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 실제 거주의 공간은 20평이 넘어서면 안된다.
  • 1층은 주차공간으로 하는 필로티(piloti) 타입의 건축이어야 한다.
  • 박스형 건물이어야 한다.
  • 단열이 우선시 되는 주택이어야 한다.
  • 도심내에 지어야 한다.

이렇게 원칙을 세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실 이제는 우리 부부만 사는 공간이 커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공간을 선호한다. 남의 시선을 중요하시는 문화에서 비롯되어 사실 효율이 떨어지고 주택에 너무 많은 인생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 셈이다. 하기야 주택을 거주 개념보다는 재테크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손님이나 친척들이라도 방문한다면 공간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집안보다는 밖에서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식들이 찾아온다면 잘 수 있는 공간만 조그맣게 있으면 될 것이기 때문에 20평이 넘지 않아도 충분하다. 큰 공간에 살면서 생각이 작은 삶보다는 작은 공간에 살면서도 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있고 행복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 갈수록 공간이 크면 그만큼 관리해야 할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작은 공간으로 큰 효율을 얻을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달리 차고지 증명이 없어도 차량을 무조건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의 골목들은 주차장이 되어 차량통행에 지장을 준다. 이제는 차고지 증명서가 있어야 차량을 구입하는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단순히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주차장이 있는 단독주택이던지, 작은 대지라면 플로티형 건물이어야 한다. 플로티형 건물은 단독주택의 보완성도 어느정도 확보해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1층 건물이 아닌 2층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박스형건물을 짓고자 하는 것은 건축비를 줄일 수 있고, 차후에 유지보수비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순한 박스형이면서도 얼마든지 예쁘게 만들 수 있다. 단독주택의 관리가 공간도 작아야 하지만, 외벽이나 내장제 등의 관리도 용이해야 하고, 누수 등에서도 박스형이 더 유리할 듯 하다. 물론 시공이 꼼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구조가 복잡할수록 이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전주로 이사와서 같은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캐나다로 가기 직전에 이사를 했지만 똑같은 구조로 이사를 했다. 구조도 같고 위치도 같다. 가장 북쪽 가쪽이고 구조도 완전히 같기 때문에 사실 내가 이사한 것을 간혹 잊어버리고 한 아파트에서 20년간 살고 있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아파트에서도 안쪽이 아닌 가장 북쪽이다 보니 냉난방에 취약하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라서 요즈음과 같은 좋은 샤시로 시공된 것이 아니라서 겨울에는 많은 난방비를 지불하고 산다. 대충 옛날에 지어진 단독주택만큼 난방비가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따뜻하지 못하다. 20년간 춥게 살아온 아내에게 조금은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게 하고 싶은 생각이다(물론 당장 집을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에다가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은 없다. 전주는 그 자체가 전원도시이다. 따라서 효자동신가지나, 서신동, 한옥마을, 시내중심지가 아니라면 그냥 시골인 곳이 전주이다.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가까운 곳이면 더욱 좋다. 지금도 교회가 직선거리로 800m 밖에 되지 않으니 평소에도 걸어다닌다. 나이가 들수록 교회가 가까워야 한다. 아무리 차량이 있다고 해도 가능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어야 한다.

아무튼 이런 원칙들을 생각하면서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 보았다. 두가지모델을 그렸는데, 둘 모두 20평 이내의 대지를 생각하고 가상해본 것이다. 하나는 실제 거주공간이 17평인 필로티 2층 구조이고,  또하나는 실제 거주공간이 12평이지만 다락을 이용하여 18평이 되는 3층구조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1층이 주차공간인 필로티 방식이다.

아무튼 소파에 누워(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려보았다.

한 충 바닥면적이 17평인 2층 구조. 1층 주차공간을 빼면 실주거 면적이 17평이다.

 

1층이 주차공간인 3층 구조. 3층 다락까지 합하여 실주거 면적이 18평이다.

 

1층이 주차공간인 3층 구조. 3층 다락까지 합하여 실주거 면적이 18평이다.

 

2 thoughts on “내가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1. 김은영

    모든 것은 ‘생각의 탄생’에서 시작합니다.
    ‘시작이 반’이죠.
    공감되는 부분 많습니다.
    꼭 ~~ 생각 이루세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집을 지으면 10년을 늙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정확하지 않은 설계 때문이라고 봅니다.
      설계가 전문적이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공업체의 프로의식 부족도 한 몫 할 것 같구요.

      그냥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입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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