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

By | 2012년 9월 14일

어제밤 늦은 시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시월드”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능이 대세인 요즈음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등장시켜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이 프로그램이 한국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부간의 갈등”을 그냥 쓴웃음으로 웃고 넘기는 시간이 아닌 진정한 고부간의 문제에 대한 해답에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을지 의문과 기대를 동시에 가져봅니다.

물론 방송이 된 이후에 보이는 일부 인터넷에는…
“전원주, 저런 여자인줄 몰랐다”
“전원주, 처음엔 컨셉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진짜 나쁜 시어머니네”
“전원주 둘째 며느리 만만치 않네” 등등…

방송기획자가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방송을 시작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단순하고생각없는 반응들이 인터넷에 먼저 올라오는 것이 저로선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음 방송에서는 “healing”을 시도하는 것이 방송될 것으로 보입니다(예고편에 의하면).

늦게 퇴근하는 아내와 함께 이 방송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니 평소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데 방송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글로 남겨 보는 것입니다.

아내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만 신경쓰면 된다. 왜 아들을 신경쓴다고 상황을 어렵게 만드나?”
“남편이 없다면 자기자신에게 신경만 쓰면 되는데, 왜 아들에게 집착하는(시어머니입장에서는 아들사랑?) 모습으로 자식의 가정을 힘들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도 이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했으면 부모로 부터 독립한 것이니 삶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결혼한 자녀에 대한 간섭은 결코 부모의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결혼한 자녀를 자신의 품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는 것일까?
저는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들이 자신들의 건강에 신경쓰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요?
물론 자신을 닮은 손주가 보고 싶을 때고 있겠지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 대가족을 이루면서 사는 것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결혼한 자녀는 정신적, 신체척,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물론 여러가지 형편으로 함께 살아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문제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 들어온 며느리에 대하여 나머지 가족들이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완성(?)되어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독립”이 이루어지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요즈음 결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혼수와 예단의 문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최근 조선일보에서 연재되었다). 부모들이 결혼하는 자녀에게 돈으로 도와주는 것은 미덕이긴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입니다. 어렵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세대들의 과도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제가 봐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조사에서 이런 현상을 젊은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정작 “감사”하는 마음은 없고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자녀들은 원망섞인 마음을 갖는다고 하니 이것은 이미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니다.

둘째로, 부모의 간섭입니다. 이미 독립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룬 자녀들(부모 입장에서는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 내 어린 새끼로만 보인다고 하지만)의 삶을 너무 간섭한다는 것입니다. 갈등을 겪지 않는 부부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런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가는 과정이 부부생활인데, 어느 틈엔가 부모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대개는 “이혼”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왜 부모들은 결혼한 자녀들의 삶까지도 간섭하려 하는 것일까요? 자신들이 돈들여서 키웠고, 돈 주어서 결혼시켰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세째로, 설사 이런 부모들이 있는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젊은 부부들은 자신들이 독립된 부부이고, 또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좀 바라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는 시부모들과 며느리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곤욕스러운 사람이 남편인 “아들”입니다. 제가 봐서는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이 아니라 “시부모 가정”과 “아들가정”의 갈등입니다. 결코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아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역살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는 아들의 말과 행동은 결국은 “며느리 눈치나 보는 몹쓸 아들” 또는 “새로운 환경에 살아가는 아내에 대한 전혀 배려없는 나쁜 효자아들”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정작 중심을 잡고 가야할 사람은 바로 남편인 아들입니다. 아들이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갈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불효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남의 편인 남편이 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스킬이 필요합니다.

남편은 자신의 가정사를 절대로 시댁에 말하면 안됩니다.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해도 부부사이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아들의 가정사를 듣는 시부모 중 누구하나 “저런 찌질한 놈, 자기가 해결해야지 그걸 부모에게 말하냐?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개는 “저런 나쁜 며느리 같으니라구. 내가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니가 내 아들을 구박해?”하면서 바로 전화기를 들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가정사를 친구나 동료에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결국 하늘보고 침뱉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가정사는 가정안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꼭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수많은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비전문가들인 시댁이나 친구,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만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자신의 흠으로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편은 조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댁의 간섭이 많아지면 적당한 선에서 끊을 수 있어야 하고, 아내에게는 시댁과의 접촉이 어려울 경우 어느정도 설득이 필요합니다. 특히 명절만 되면 시댁과의 갈등은 최고조를 달합니다. 이런 명절 때 아내에 대한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시댁에서 며느리가 설거지용 가정부나 청소부, 음식대접하는 식당종업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시댁만 가면 갑자기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는 남편들도 있다고 합니다. 남의 귀한 딸이 시집왔는데 시댁식구들의 잘못된 태도는 모든 문제의 불씨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시댁의 의견을 아내에게 전달하는 것, 아내의 의견을 시댁에 전달하는 것, 시댁이나 처가에 대한 것을 결정할 때 두 부부가 상의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에서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남편들은 큰소리만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문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네째로, 며느리들도 조금은 크게 보고 행동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전혀 다른 시댁의 환경이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혜롭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몇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느냐?하는 문제입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당연히 그 뿌리가 되는 시댁이 좋아보일리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시댁에서 비롯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편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은 비단 아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남편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시댁에 대한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고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정보가 쏟아지는 인터넷 세상에서 올라온 수많은 글들중 대부분은 불만에 찬 소리들입니다. 제대로 균형잡힌 정보는 없고 원망과 탄식, 그리고 한이서린 글들이 쏟아집니다. “시”자만 들어가면 치를 떠는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시댁좋다는 사람 별로 없고 시댁과의 갈등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은 시댁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하게 되니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이러니깐 시댁 시댁…하는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결코 건강한 시각은 아닙니다. 시댁도 흠이 있을 수 있지만 장점도 있을 것인데 장점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단점과 문제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며느리들도 친정과 시댁으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짐싸서 친정으로 가는 며느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대로 인성을 갖추지 못한 며느리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다.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며느리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결혼에 대한 정확한 개념도 없이 결혼하는 여자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는 며느리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시댁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며느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시댁의 간섭은 싫으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원하는 며느리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모습들 또한 건강한 가정을 이루지 못합니다.

따라서 며느리인 아내들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꼭 가정안에서 남편과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친구나 직장동료에게 말해서 해결을 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입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과 평생을 같이 살기로 했다면 남편과 대화로 풀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겉도는 삶이 되지 않습니다. 이해심이 적고 찌질한 남편이라고 해도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남편과 풀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람들은 정말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father modeling이나 mother modeling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 같습니다. 더우기 요즈음 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더 들어서 결혼하면 그만큼 성숙한 상태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데 더 이해타산적이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결혼관을 갖는 나이든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스스로 세상을 개척해가려는 마음도 부족하고, 그저 갖추어진 배우자를 찾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볼 때 마다 답답한 마음 뿐입니다.

가정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스스로 지키고 잘 가꾸어 가는 것은 남편과 아내, 자녀들의 몫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지키고 가꿀 훈련을 결혼전에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로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부모로 부터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들이 진정 성인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떄도 있습니다. 더우기 ‘이들이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했나?’하는 생각마져 들 떄도 있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인생이 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인생은 나고 자라고 늙는 과정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시간들입니다. 또한 가정은 자녀를 통해서 인류가 보존되는 생물학적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삶속에서 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는 노력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얼마나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정말 잠깐 사는 인생인데 말입니다. 좋은 가정은 노력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아빠로서, 엄마로서, 아들로서, 딸로서, 사위로서, 며느리로서의 삶에 대한 개념 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의 결과들이 열매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없는 것이 가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thoughts on “시월드

  1. 모네81

    다양한 관점에서 가정과 확대 가족관계에 대한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말씀해 주셨군요.저는 저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물질만능 주의적 사고와 편협한 가족관계 가치관이 점차 확대되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이러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넓게 넓게 파장을 미치기를 바랍니다.

    Reply
    1. 김형태

      모네81님. 저도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들은 아닙니다만,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흠많고 철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름대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요. 덧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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