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살았던 동네를 떠나 모악산 산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By | 2017-12-16

1996년 초, 내가 교수로 임용받아 전주로 이사를 올 당시에는 전주는 말그대로 아파트 전세대란 상태였다. 광주에서 전주로 운전을 해서 여러번 오가며 아파트를 찾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의 경제적 형편에 맞추어 아파트를 찾으니 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찾은 아파트가 효자동1가 98번지 소재의 “금호타운”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21년을 살았다.

처음에 5동 5층에서 5년간 전세를 살았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출국하기 수개월 전에 8동 3층을 구입하여 이사를 했다. 그 때가 2001년 2월이었다. 그리고 그 해 9월 초에 우리 가족은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로 떠났다. 만 2년을 핼리팩스에서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살았던 2년을 제외하더라도 19년을 금호타운에서 살았다.

이사를 가는 것 자체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큰 불편함도 없고, 바울교회도 가깝기(늘 걸어다닐 만한 거리이다) 때문이다. 특히 교회에 걸어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주공3단지 내 큰 나무들도 금호타운에 오래 살게된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이사를 쉽게 결정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금호타운의 낮은 시세와 새 아파트들의 가격 차이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많은 돈을 더 내고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면서 이사가 미루어지고 말았다. 더구나 아들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이사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있다.

21년의 세월, 유치원 다니던 두 아들을 데리고 이사왔는데 이제는 성인이 되었으니 참으로 긴 세월을 금호타운에서 살았다. 그동안 이사를 이런 저련 이유로 수없이 미루어왔다. 그리고 올해 가을이 접어들 무렵, 이사를 계획하였고 지난 수요일에 이사를 했다. 10월 한달동안 수많은 짐들을 미리 정리를 한 탓인지 이사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못하고 그냥 쌓여있는 짐들도 있다.

수, 목, 금… 나는 이곳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이렇게 글 하나를 남겨 놓는다. 짐을 정리하느라 이제서야 컴퓨터에 접속했다. 아이맥의 소음이외에는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 탁상시계 하나에 배터리를 교환했다가 다시 빼버렸다. 째깍거리는 소리 자체도 큰 소음이다.

이곳은 조용한 시골이다. 주변에 산과 들, 논밭도 보인다. 모악산 정상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전주로 이사와서 살았던 21년간의 세월도, 앞으로 이곳에서의 삶도, 모든 것이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출처 :사진은 분양당시에 올라왔던 것을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이다.]

4 thoughts on “21년간 살았던 동네를 떠나 모악산 산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1. 학부모

    아이가 전북의대에 합격한 뒤에 교수님 글은 늘 매주 보고 있습니다. 신입생 오티에도 가주셔서 감사했구요. 글을 쓰는 이유는 서남대 편입에 관한 일 처리가 왠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 소통할 곳이 교수님 블로그 이외에는 없어서 입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이고 그런 곳일수록 깨끗하게 일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몇일전의 교수회의에서 편입 반대로 결론 내어서 공문 보내기로 했다는데 집행부 교수님들은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다시 교수회의를 소집한다고 하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편입 자체도 개인적으로 반대이나 전북의 전체적인 의대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럴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정답은 맞추어 놓고 형식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글쎄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사회로 나아길지 심히 우려됩니다.
    교수님의 개인적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된점 어려운 마음이 있으나 딱히 다른 방법이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제가 승인을 한 후에야 비로소 공개되도록 해놓았습니다.
      오늘 의학교육평가원 제도위원회 회의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거기에서도 서남대의 진로는 관심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전북의대는 160여명의 교수가 있습니다.
      집행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아직 결정된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의 애매한 태도입니다.
      전북의대가 염려하시는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좀 더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첨언드리면,
      아이가 의예과생이라면 이번 겨율방학을 정말 알차게 보내길 바랍니다.
      사실, 아이들은 뭘 해야 알차게 보내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아이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과 자료들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Arduino와 C language 같은 것에 대한 관심 또는 지식을 가져보기를 권해드립니다.

  2. 김은영

    21년 한 아파트에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참 긴 세월이네요.
    무슨 이유가 되었건 몇 년 단위로 집을 옮기며 이사를 반복하는 주변이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정도 많이 들고 이야기도 많았을 겁니다.
    새로운 곳으로 옮기시는 곳은 주변에 산이 있고 녹색도 많아 더 끌립니다.
    좋은 인연 되십니다.

    1. 김형태 Post author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계실 김은영선생님,
      말씀하신대로 산이 있고, 녹색이 있습니다.
      일단 조용합니다.
      단지가 500세대가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곳 사람들은 워낙 조용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럴려고 이 시골에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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