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조직학 수업을 끝내고…

By | 2018-05-11

나는 조직학 각론 중 소화계통만 강의를 한다. 강의시간은 6시간(2시간짜리 세번)이 주어진다. 해마다 그렇다. 따라서 교과서 중에서 중요한 부분만 강의한다. 의전원이 된 이후에 강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화계통을 강의하는 이유는 해부학에서 배(abdomen)를 강의하기 때문이다.

조직학 첫시간 수업시간을 잘못 저장해 놓는 바람에 5시간에 걸쳐 소화계통을 강의해야 했다. 6시간 분량의 강의를 5시간에 하려고 하니 수업 마지막에 해주는 리뷰와 앞시간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것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오늘 세번째 시간은 소화계통의 부속기관이라 할 수 있는 간, 췌장, 침샘 등에 대하여 강의를 했다. 사실 두번째 시간까지 간을 강의가 끝났다면 소화계통 전체를 리뷰를 해줄 수 있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게 서둘러 강의를 하면서도 가능한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노력을 했다.

사실 예전의 학생들에 비하여 이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설명을 하고나서 다시 반복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왜 이전의 학생들에 비하여 이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은지 알 수 없지만, 강의를 하다보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조직학 강의를 하다보니 내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의 조직학 수업이 생각이 났다. 조직학 총론은 고인이 되신 최재권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셨다. 박식한 지식에, 섬세한 설명, 그리고 칠판에 꼼꼼히 그려가는 그림은 조직학이 매우 흥미로운 과목이 되었다.

조직학 각론은 은퇴를 하셨던 고 이진기 교수님께서 하셨다. 당시에 정일천교수님이 집필한 한글판 조직학을 교재로 사용했는데, 각론의 모든 챕터를 이진기 교수님 혼자서 가르치셨다. 그 분의 강의 스타일은 “그냥 교과서를 읽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빼지 않고 읽어가셨다.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그냥 읽어가는 수업이었다.

나는 맨 앞줄에 앉아서 수업을 받았다. 중간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을 할 수 없었다(비단 이 수업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업이 그랬다). 재미있는 것은 책을 읽으시다가 멈추면 수업이 끝났다. 문단이 끝나지 않거나, 심지어는 문장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멈추고 수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꼭 책을 접어서 표시해 두셨다가, 다음 시간에 그 부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운 조직학을 지금 내가 강의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학생들은 조직학을 어려워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현미경으로 보는 구조물에 대하여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학을 잘 배우면 자신이 의학을 배울 때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의사로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찌보면 해부학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조직학을 제대로 모르면 나중에 논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조직학 강의가 끝나고 나니 파김치가 된 오후에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