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을 하지 않는 아들들

By | 2018년 10월 9일

어제 오래된 사진들을 보면서 ‘아들들에게 고마워 해야겠다. 자라면서 불평을 하지 않아서 말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진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둘째 아들이 호랑이를 그리는 모습이다. 2002년 12월이었다. 반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호랑이를 일일이 하나씩 그렸다. 그리고 오려냈다. 그 시기부터 천 개 짜리 퍼즐피스를 맞추는 것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두 아들은 별로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엄마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핼리팩스의 지도와 사진들을 들여다 보았다. 사진을 날짜 순서대로 하니 그 곳에서도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테니스, 수영, 바이올린, 플룻은 레슨을 받았고(사실 선생님들마다 레슨비가 천차만별인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피아노는 내가 근무했던 댈하우지대학의 피아노 연습실을 빌려서 사용했다. 사실 이런 것은 모두 그저 레크레이션 수준으로 했다. 그냥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니 그렇게 바쁜 스케줄에 불평없이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미국을 여행할 때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여행을 다녔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이동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나는 텐트를 치고,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싣고 다녔던 자전거를 타고 캠핑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캠핑장의 여러 정보를 얻어온다. 그렇게 35일간의 미국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2년 간의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의 삶도 결코 녹녹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고, 새로운 곳에서의 삶도 그랬다. 그 유명하다는 핼리팩스의 랍스터 한번 레스토랑에서 먹어보질 못했으니 말이다. 어제 아내에게 그 말을 꺼냈더니, “시장에서 사다가 한번 삶아 먹은 적 있어요.”라고 답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아내의 영향이 아들들에게 미친 것은 아닐까?

오늘 쉬는 날, 어제에 이어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아들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이렇게 몇 자 적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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