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을 내세우는 사회

By | 2018년 10월 9일

직함(職銜)이란 “벼슬이나 직책, 직무 따위의 이름.”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호칭(呼稱 : 이름 지어 부름. 또는 그 이름.)할 때 이름 보다는 직함을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는 직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 직함이 과장되거나 포장되기도 한다.

은행이나 병원에서 사람들이 이름을 부를 때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는 시대이다. 기존에 있던 “씨”는 어디로 가버렸다. 씨(氏) 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 명사 : (주로 문집이나 비문 따위의 문어에 쓰여) 같은 성(姓)의 계통을 표시하는 말.
  • 의존명사 : (성년이 된 사람의 성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공식적ㆍ사무적인 자리나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 대명사 :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 주로 글에서 쓰는데, 앞에서 성명을 이미 밝힌 경우에 쓸 수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아무개씨”라고 부르면 실례가 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아무개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아직도 이 놈의 ‘님’자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직함을 갖다대는 문화에 아직 적응이 잘 안된다. 왜냐면, 그 직함이 과포장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교수”라는 직함의 남발은 교수인 나로선 매우 불편하다. 교수를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1. 학문이나 기예(技藝)를 가르침.
  2. <교육>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 교수, 부교수, 조교수가 있다.
  3. <역사> 조선 시대에, 지방 유생(儒生)의 교육을 맡아보던 종육품 벼슬.
  4. <역사> 동학(東學)의 교직(敎職)인 육임(六任) 가운데 두 번째 직위.
  5. [북한어] 대학 교원 및 과학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 또는 그 직급에 있는 사람.

예를 들어, 시간강사를 보자. 말 그대로 강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강사들의 역활은 전임교원인 교수들에 못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호칭은 교수인데 말 그대로 교원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호칭과 현실 사이의 큰 간격이 존재한다. 이 간격은 호칭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분명히 교수라고 불리우는데, 전임교원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교수’라는 호칭이 없이 그냥 ‘강사님”으로 불렸으면 그저 강의만 하고 대학문을 나서면 그만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측은 또 어떠한가? 그들에게 전임교원과 같은 일을 시키면서 그들의 신분은 그저 보따리장사로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말할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호칭과 현실 사이의 부조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좋은 단어들이 많이 있었다. “선생”, “선생님”, “어르신”, “젊은이” 등 얼핏 나이를 짐작하여 부를 수 있는 많은 단어들이 이제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사회이다 보니 마땅한 호칭이 없이 “~님”이란 어색한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언어도 변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적응하는 날이 오겠지만 말이다.

직함이란 말을 꺼냈다가 호칭까지 언급하게 되어 버렸다. 호칭이 어색하다 보니 직함을 내세우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었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교회에서도 호칭이 있는데, 그것은 직분에 맞는 호칭이다. 예를 들어, 목사, 전도사, 장로, 집사, 권사와 같은 직함이다. 이 직함은 계급이 아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것은 “교인”이다. 목사든지, 전도사든지, 장로든지, 모두 교인 중 한 명인 것이다. 다만, 그들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결코 계급이 아니다. 높고 낮음이 없다. 교회에서의 직함은 무슨 회사 안에 있는 사장, 부장, 과장, 대리 등 직급과는 다르다. 그저 각자의 역할과 봉사의 내용이 다를 뿐이다. 사회통념상 더 높게 보이는 직함이라면 그만큼 더 겸손하게 더 낮은 자세로 교회를 섬기는 것이 교회 내에서의 직함이다. 이것을 잊는다면 그는 이미 교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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