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 ‘평균’의 의미

By | 2020년 8월 15일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평균’이란 단어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성적에서의 평균 뿐만 아니라 교육자체에서도 평균의 의미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의내용도 평균수준의 학생을 겨냥해야 한다. 어떤 학생들에겐 어려울 수 있고, 어떤 학생들에겐 너무 쉬울 수도 있다. 그러기에 적당한(평균) 수준의 강의내용을 강의한다.

강의내용 뿐만 아니라 강의의 속도도 마찬가지이다. 비대면수업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동영상강의는 더욱 그렇다. 나는 나의 강의속도가 너무 느려질까봐서 조심한다. 동영상강의가 느려지면 지루해진다. 물론 너무 빨라도 문제가 되지만, 사실 빠른 것은 그리 문제가 안된다. 멈추면 되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는 반대가 될 수 있다.

지난번 신경해부학 시험 때 피드백을 받아 보았다. 물론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127명의 학생이 쓴 모든 피드백 내용을 보면서 나름대로 몇가지 정리가 되었다.

  • 강의내용의 이해력의 차이는 매우 심하다.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큰 듯하다.
  • 학원에서 받아먹던 수업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있다.
  •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그냥 암기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객관식 문제만 풀어온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의대진학에 대한 정확한 목적성이 뚜렷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이것은 학업성취도와 연결된다. 목적이 뚜렷하면 학습에 대한 적극성과 노력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관심은 하위 30%에 있다. 오랜 시간동안 나는 하위권 학생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요즈음 내가 그럴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아쉽게도.

이제는 젊은 교수들 중에서 그런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위 30%의 학생들도 결국 의사가 된다. 그들이 환자진료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1등이나 꼴등이나 종이 한장 차이이다’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요즈음 학생들의 자존감을 보면 이제 이 말을 수정할 때가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워낙 성적중심주의의 삶을 살아온 세대여서 그런지 몰라도 하위권 학생들의 자존감은 생각보다 낮다.

따라서 며칠 전부터(물론 그것이 주관식 채점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의 의미”에 대하여 자꾸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남들 한만큼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가꾸는데 쓰라”는 말을 자주 해왔던 나로선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학습도 하고 학교 생활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물론 배운 내용들은 최소한 이해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데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

학생들의 절반이 이해하는 수준은 이해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즉, 평균정도는 해야 하지 않냐?라는 뜻이다. 매우 기본적인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또 그것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며칠동안 고민에 빠져있다. 동영상을 다시 돌려서 보고 있다. ‘내가 이렇게 설명을 했나?’라고. 그러면 제대로 쓴 학생들은 또 뭐냐?는 것이다. 결국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닐까?

그들이 앞으로 임상을 배우고, 졸업해서 의사가 될텐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낮은 점수를 받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아니다. 전체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이해하는 수준은 이해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따라서 며칠간 계속 ‘평균’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지만 그냥 잊기 전에 적어두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꼴등으로 졸업한 학생도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실제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조건이 있다. 꼴등도 성실해야 하고, 또 자존감을 유지해야 한다. 스스로의 열등감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진 학생은 결국 좋은 의사가 되기 힘들다. 과선택의 중요한 요소로서 ‘성적’이 자리잡다 보니 학생들은 성적에 목숨을 건다. 물론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이 좋은 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의학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좋은 의사가 되는 필수요건은 아니다. 성적이 나빠도 자신의 진료과의 특성에 맞게 잘 훈련이 된다면 오히려 더 좋은 의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성실성과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게으름과 불성실함, 그리고 준비 부족으로 인한 하위성적은 좋은 의사가 되기위한 첫걸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거기에 성적 때문에 갖는 열등감은 더욱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의사의 길에서 멀어진다.

2 thoughts on “교육에서 ‘평균’의 의미

  1. 김은영

    의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꼭 좋은 의사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수님 글 마지막 단락에 동의합니다)
    저는 학교 때 성적은 떨어졌어도,
    현직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 주는 의사가 더 필요하고 그런 사람이 좋은 의사라 생각합니다.
    환자를 숫자로 보지않고 인간의 눈으로 보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의사 말입니다.

    물론 수술도 치료 잘하는 명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사가 필요한 환자는 그런 병원에 가면 되겠지요.
    이모두 저의 지나친 희망이고 환상이란 것, 맞겠지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많은 교수들은 “성적은 성실성을 보여준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는 부분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의사…
      그것이 이상적인 의사상이 되겠지만, 오늘날에는 많이 멀어진 것 같습니다.
      좋은 직업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경향도…
      결국 세속주의에 근거한 ‘바라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으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는 그런 시간들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동영상 강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