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가고 있다

By | 2020년 9월 6일

의협회장의 여당과의 합의,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공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주에는 어느정도 정리가 될 듯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일을 아침에 생각하면서 정리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여당

그들은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권을 잡고나서 하는 행보는 그들이 투쟁하던 정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통이 없다. 아니 소통을 회피했다. 그들의 생각대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그들이 힘겹게 싸워야했던 정권의 모습과 동일하다. 모양만 그럴싸하게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 의사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그들을 지지했던 내 마음을 가져가버렸다. 이제는 그 누구도 지지할 생각이 없어졌다. 그들의 타도대상이었던 정권과의 차이가 없다면 그들을 지지할 어떤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상주의자도 아니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어느정도 받아들인다. 그러나 국민의 한사람인 의사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이제 어떤 국민이든지 그렇게 취급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마저 든다.

모든 국민에게 기회가 주어진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저 던져주는 선심성 정책을 펼쳐서는 안된다. 똑같이 기회를 주는 것이 ‘평등’이지, 누군가가 애써 얻은 것을 빼앗은 것은 ‘착취’이다. 그것인 민주주의가 아니다. 사회주의도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를 내건 독재를 해서는 안된다. 나처럼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도 이번에는 정신이 바짝드는 일이었다. 정권의 후반부를 기대해 보려고 한다(이런 미련(?)한 미련(?)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내가 이 나라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

의협회장을 비롯하여 집행부들이 애를 많이 썼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의협회장이 너무 극우쪽이다. 그것은 투쟁의 강도를 강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체 의사들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앞으로 좀 더 중립적 인사가 회장을 했으면 한다. 사실 그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의사들의 협회활동 참여’이다. 각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의 폭을 넓힐 때 이런 불안정성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공의들의 태도는 앞으로 의사협회의 미래를 밝게 보게 한다.

전공의

참 애 많이 썼다. ‘이런 모습도 있었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의 큰 아들도 전공의라서 이런 말 하는 것은 아니다. 파업을 할 줄도, 대화를 할 줄도, 싸울 줄도 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다만, 앞으로 의료의 현장에서 이전보다 더 열심히(지금까지도 열심해 해왔다.) 일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의사들이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를 돌아다 보는 시간들을 많이 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의대를 올려고 했을 때의 마음도 한번 되돌아보길 바라는 것이다. 스스로 기피과를 만들었던 것은 사회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도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의 변화에 대하여서 공부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함께 일구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의대생    

어찌 보면 전공의들의 마음과는 또다른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제3, 제4의 문제들이 여러분들의 미래에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당장 찾기 힘들겠지만, 앞으로 여러분들이 어떤 의사가 되느냐?에 대해 준비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분들이 일할 의료시스템이 어떻게 변화돌지, 또 우리 스스로 어떤 의료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그저 서바이벌 하는 삶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과 후배들이 일할 의료환경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불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한의사들이 1~2년 정도 공부해서 의사면허증을 달라고 한 코메디를 한 이유가 대충해도 될 것 같은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의대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안하는 것처럼 보이나보다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었다.

사람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의사들의 파업을 보면서 두려움에서 오는 분노와 혐오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는 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을 잃었다. 그들이 친구로 남아있다고 해도 이미 마음에서는 멀어져 버렸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의사와 의료에 대하여 관심도 갖고, 또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의사와 의대생의 투쟁의 모습에서 또한 폭넓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는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이 땅에 잠시 머무른다. 육신을 입고 사는 한,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이지만 이제는 좀 더 창조주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인생들이었드면 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앴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먼저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있을 것을 가지고 더 가지려는 탐욕을 버리고, 이 땅을 떠나는 순간 후회하지 않는 삶의 모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인생들이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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