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용 강의노트를 만들며

By | 2020년 9월 5일

어제 오후부터 학생들에게 배포할 강의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 강의안을 그냥 그대로 주면 되지 않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학생들도 그걸 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몇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내 강의안의 바탕은 기본이 검정색이다. 많일에 프린팅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프린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일이 흰색바탕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괄작업이 힘든 이유는 글씨가 흰색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흰색바탕으로 바꾸고 나면 글자를 찾아서 바꾸는 것이 힘들다.

둘째는, 애니메이션 기법이 많은 강의안이라 실제 영상에서 보는 화면과 키노트릐 장수는 차이가 많이 난다. 학생들에게 주는 것과 실제 내 강의안은 두세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내용은 변함이 없다.

세째로, 애니메이션 기법 뿐만 아니라, 지시선이나 표시 등이 많다. 따라서 이것을 일일이 지우지 않고 주면, 원래 그림들이 가려져서 구조물을 확인할 수 없다. 물론 그것을 원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그냥 그것만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네째로, 영상이나 강의실에서는 한장으로 보여주어야 할 그림 중에서 몇개를 한장에 모아놓는 것이 더 좋은 경우들이 있어서 이런 것들은 몇 개를 합쳐서 한 페이지에 넣는다.

다섯째로, 모든 강의가 4:3 화면에서 와이드화면(16:9)로 바뀌었다. 따라서 학생배포용도 여기에 맞추었다.

사실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강의안 그대로 뿌리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내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이 글을 보는 학생이 있다면 강의노트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강의안은 “학습보조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강의내용은 모두 책에 있다. 책을 보지 않고 강의안만 본다면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학습의 편의성은 제공할지 모르겠지만, 결코 바른 길은 아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습을 하면서 강의내용을 이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보조자료로서 강의안을 생각해야 한다.

쉽게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면, 환자는 의사를 우습게 보는 날이 올 것이다. 스마트폰 속에 수많은 정보를 가진 일반인들이 의사를 우습게 알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의학공부가 힘들어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 보다는 우직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번 학기부터는 내 시험스타일도 바뀐다. 전체를 이해하도록 강의를 해왔지만, 시험은 늘 단순하게 출제했다. 나의 강의를 충분히 이해하는 학생들에게 시험은 좀 편하게(?) 볼 의향이었으나, 나의 마음이 왜곡된 듯하여, 내 강의의 스타일처럼 전체를 이해하는데 촛점을 맞추어 단답형 주관식도 출제하지만, R형 객관식을 많이 출제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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