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의예과에 합격한 부모들에게(1)

By | 2021년 1월 9일

자녀가 의예과에 합격한 경우 대부분의 부모들의 수고가 상당했을 것입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분명히 축하를 받아야 할 일입니다. 또한 의예과에 들어오기까지 수고한 자녀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런데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제 입장에선 마냥 축하의 말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 몇자 적고자 합니다.

귀하의 자녀가 앞으로 의예과 2년, 의학과(본과) 4년, 총 6년의 시간을 의과대학에서 보내게 됩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대 초중반을 의과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입학하기까지 2개월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입학해서도 의예과의 시간이 있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적기로 하고 우선 2개월의 시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의예과에 합격한 많은 학생들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갑니다. 그럼에도 일부 학생들은 부모님들의 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으로서 인정받기 보다는 그저 부모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삶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의대에 합격했다는 안도감에 목표점을 잃고 헤매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 의예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많은 경우는 그동안 공부에만 매진한 탓에 세상을 보는 눈이 없습니다. 때로는 세상을 다 얻은 양 착각하기도 하고, 스스로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생의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별로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특히, 타인의 삶의 모습을 돌아다 볼 시간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의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의술을 베푸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의대생이 “사람”, 특히 타인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따라서 인생의 깊이와 넓이, 그 다양성에 대하여 고뇌하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권하고 싶습니다.

두달 동안 책을 많이 접하기를 소망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에 대하여서는 학생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것 또한 인생에 대하여 고찰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 없이 “이런 책을 읽으면 좋다더라”라는 식의 접근은 결국 떠먹여 주는 교육 밖에 되지 못하고, 결국 인생에 대하여 고찰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귀하의 자녀는 “겨우” 의대에 합격했을 뿐입니다. 그것을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노고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시작점에 선 자녀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자는 뜻입니다. 그것이 자신과 타인을 위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가치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과 인생에 대하여 고민한 수많은 책들을 접하기를 권해드립니다.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스스로 앞으로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두달동안 빈둥빈둥 놀아버린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들을 허비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지산의 몫입니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선물하십시요.

저는 귀하의 자녀들이 2개월의 시간동안 아이패드에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의외로 의대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 IT기기와 프로그램에 약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리포트를 내면 허덕이는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머리가 좋은 학생들인데도 이런 기기가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봅니다.

코로나시대에 이런 IT기기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기보다는 애플의 기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아이패드에서 iWorks(Keynotes, Pages, Numbers)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의예과에서 뿐만 아니라 본과에 다닐 때도 다른 친구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입학 전에 주어진 두달 동안 책과 아이패드와 씨름하며 보내길 바랍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온라인 게임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결국 의예과에 와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하면서 무의미한 시간보내기를 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저는 간혹 학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게임할 시간에 게임을 개발하는 일을 하라”라고 말이죠. 즉, 생산적인 일을 하라는 뜻입니다.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일로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제가 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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