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말 vs 믿음의 말

By | 2021년 2월 8일

오늘 페친인 어느 목사님이 자신의 담벼락에 이런 글이 써있는 책의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그 사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이렇게 글 내용을 다시 만들었다.)

아마도 현재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이라면 설교에서 한번쯤 들어왔을 글이다. 많은 목사들은 “인본주의적 사고의 위험성(?)”에 대하여 자주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글처럼 이런 내용들이 기독교 관련 책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짐작컨데 목회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 내용은 현재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은 ‘인본주의적인 합리적인 말 보다는 믿음의 말을 더 하니깐 더 신앙이 깊다.’라고 생각하며 뿌뜻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본글의 글쓴이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고, 또 앞뒤 글도 없으니 속단하기 힘들겠지만, 이 글을 인용한 목사님의 포스팅을 한 속마음은 “믿음의 말”의 우월성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본글을 쓴 사람은 아마도 인간의 합리적인 생각과 말 보다는 성경말씀을 기반으로 하는 목사의 설교말씀을 더 신뢰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어디까지나 이 여섯줄의 글만을 통해서 추측해 본다면).

그런데,

왜 합리적인 생각이나 말이 믿음의 말과 다르다고 생각할까? 이렇게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믿음의 말’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말이다. 글쓴이는 무엇이 “믿음의 말”이라고 정의했을까? 성경말씀도 아니다. 그저 믿음의 말이라고 썼다. 교회에서 보면 믿음의 말이라고 하는 것은 넓게는 ‘성경말씀’이고, 좁게는 설교를 하는 목사의 말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합리적인 말”과 “믿음의 말”이 대치되는 것일까? 글쓴이는 인간의 합리적인 말은 ‘인간의 탐욕’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결국은 후유증을 남긴다고 결론을 내고 있고, 믿음의 말은 성경말씀이니까 그것은 인간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작금의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에서 얼마나 ‘믿음의 말’이 있을까? 내가 볼 때는 오히려 더 인본적인, 비성경적인 내용이 훨씬 더 많다. 건강한 교회도 많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신본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적 설교가 너무 많아졌다.

사실 원본글을 쓴 사람도 그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왜 합리적인 생각이나 말이 인본주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할까?

앞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합리적인 사고나 말에 인간의 탐욕이 더해지기 때문에 인본주의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본질적인 “합리성”은 신본주의적 사고에서 나온다. 인간에게 두루 적용되는 “합리성”은 당연히 모든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래야만 “합리”라는 말을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종교적 언어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목사들이 종교적 언어를 통해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았으면 한다. 신학만 배운 무식한 목사가 너무 많은 세상이다. 의대교수인 나 자신도 부족한 인문학적 소양 때문에 늘 고뇌한다. 즉, s나는 무식한 의대교수인 것이다. 내가 전공하는 학문의 소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는 것이다.

많은 목사들이 짧은 시간 신학을 배우고 나서 얼마나 인문학 소양을 쌓고 있는가? 스스로 돌이켜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목회”와 “신학”을 이분화하여 적용함으로서 신학적 바탕이 없는 목회를 하는 목사들이 너무 많다. 신학적 배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목회는 결국 샤마니즘이 될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인문학이 부족한 목회는 결국 하나님 나라를 매우 협소하게 만들고 만다.

합리적인 것이나 이성적인 것, 상식적인 것이 배제되는 기독교 믿음이란 기독교가 아닌 샤마니즘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지금 한국의 교회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비상식과 비이성, 아니 몰상식, 비합리가 판치는 교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기독교가 본질을 되찾지 못할 때, 기독교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2 thoughts on “합리적인 말 vs 믿음의 말

  1. 김은영

    지금의 자리에서 늘 고민하는 모습이십니다.
    가끔씩이라도 자신을 돌아본다면 이렇게까지 세상이 혼탁해 지지는 않을텐데요.
    요즈음은 뉴스 보기가 민망해 차라리 외면하고 싶습니다.

    명절 기분은 영 아니지만요, 푹 쉬시며 보내십시오.
    여기서도 떡국 먹을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지난 댓글에 설 인사 하려다가…
      설명절 분위기도 안나고..
      괜히 타국에 계신 김선생님께 누가 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설 인사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주에 미리 떡국을 먹었습니다.
      타국에서도 떡국 드시면서…
      나름대로 설명절 분위기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올해도 늘 건강하시고 복된 삶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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