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학실습의 좋은 경험, 그리고 제안

By | 2022년 1월 12일

의대생들이 의학과, 즉 본과에 올라오면 꼭 해야 할 실습이 “해부학실습”과 “조직학실습”이다. 예전에는 생리학실습이나 약리학실습, 생화학실습, 미생물실습 등 기초의학의 전과목의 실습이 있었으나, 현재 우리대학의 실정상 해부학실습조직학실습, 그리고 병리학실습만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부학실습은 누구나 ‘의대생이면 필수적인 실습이지’라고 생각하는 실습이기도 하고, 해부학실습을 하지않는 의과대학은 없다. 따라서 의대생이라고 하면 당연히 “해부학실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조직학실습이나 병리학실습은 쉽게 떠올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조직학의 중요성

어떤 질병을 이해할 때 병리학적 조직변화에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병리학적 조직에 대한 이해의 기초는 바로 조직의 이해이다. 즉, 정상조직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이 여러가지 병적인 상태에서 어떠한 조직학적 변화가 있는지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질병의 이해는 정확한 조직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는 셈이다.

해부학을 워낙 중요한 학문으로 인식한 탓인지, 조직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률은 조금 낮아 보인다.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 어떤 교수님께서 “조직학이 해부학보다 중요하다.”라고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서야 왜 그 교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인체의 구조를 공부하는 해부학은 결국 조직학에서 완성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해부학을 통해 인체의 육안구조를 학습한다면, 조직학을 통해 미세구조를 학습함으로써 결국 인체의 구조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완성시키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조직학실습의 중요성

해부학‘과 ‘조직학‘에 대한 인식차이 만큼 “해부학실습“과 “조직학실습“의 인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조직학이 해부학 만큼 중요한 것처럼, 조직학실습 또한 해부학실습 만큼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병리학적 측면을 꼭 이해해야 하고, 병리학적 소견을 이해하려면 당연히 조직학적 소견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조직학실습을 ‘그냥 흘러가버리는 실습시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냥 어렵기만 한 실습’, ‘귀찮은 시간’, ‘지루한 실습’, ‘시간 때우는 실습시간’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것들은 조직학실습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온다고 본다. 해부학 학습에 집중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해부학이 의예과 2학년에 편성되고, 조직학이 의학과 1학년에 편성된 교육과정 개편 이후의 학생들의 실습자세는 조금 개선되었다고 판단된다(2021년 조직학실습관련 글보기).

발전적(?) 조직학실습 경험

의전원이 되면서 기초의학실습이 대폭 없어졌다. 지금처럼 해부학과 조직학, 병리학 실습만 남게 된 배경도 바로 의전원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당시에 없어진 기초의학의 실습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심화선택실습“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내 수업에도 대여섯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1분기 동안의 실습시간의 진행은 간단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생쥐의 조직을 떼어내서, 조직절편을 만들어서, 현미경으로 관찰 하는 것”

이게 전부였다. 학생들은 마취된 생쥐에서 조직을 떼어내 고정액 넣은 후에, 며칠 후 다시 와서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파라핀에 조직을 심었고, 다시 조직절편을 만들어서, 파라핀 성분을 빼내고 염색을 한 후에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몇주간 시행하였다. 자신이 만든 조직슬라이드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만든 조직슬라이드를 보면서 학생들은 변화되었다.

이미 조직학실습 때 보아왔던 조직샘플들이 새롭게 보이더라는 것이다. 즉, 어떻게 조직슬라이드들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과정을 이해하니 모든 조직샘플들이 보여주는 조직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더라는 것이다. 이 경험은 오랫동안 조직학을 가르쳐온 내 자신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은 그런 심화선택실습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코롱나로 인해 실습설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여주었던 2021년의 실습과정은 나름대로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습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설명하는 것 보다 오히려 동영상으로 만든 실습설명이 학생들에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의전원 학생들의 심화선택실습 경험을 살리고 싶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다만,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이런 경험을 한번 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런 적극적인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행복해질 것 같다. 교수인 나 뿐만 아니라, 학생 자신도 아마도 많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조직학실습은 해부학실습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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