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팩스에서의 운전경험

By | 2013년 1월 13일

항상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저의 경험이 정답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그 경험을 나누고 싶다. 저와 제 가족은 2001년 9월부터 2003년 8월까지 만 2년을 캐나다 동부에서 살았다. 당시에 적어두었던 사이트는 작년에 문을 닫았다. 거기에도 여러번 적었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다시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벌써 10년이 넘었으나 제가 한국에서 운전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불편함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제가 꿈꾸던 운전문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미국의 큰도시에 가면 정말 복잡한 운전상황이 됩니다만 전체적으로 좋은 운전문화를 접하고 산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인구대비 땅이 넓은 곳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운전의 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1.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자동차의 경적소리는 어쩌다 한번씩 들을 수 있는데,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만 듣게 된다. 경적을 별로 울리지 않기 때문에 어쩌다 들리는 경적소리는 모든 상황을 인식하게 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차량이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복잡하게 얽힌(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상황에서도 경적을 울리는 차량은 거의 없다.

2. 싸이렌 소리가 나면 홍해의 기적이 일어난다.

경찰차이던지, 911차던지… 싸이렌 소리가 나면 모든 차들은 길가쪽으로 붙어서 정차한다. 절대로 서행하지 않는다. 그냥 정차를 한다. 도로의 안쪽 차선을 완전하게 비워준다. 더구나 반대쪽 차선까지 말이다. 경찰차나 소방차가 시야를 벗어난 이후에 사람들은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 차들이 양쪽으로 붙어서고 안쪽 차선들이 모두 비운 상태가 마치 홍해가 갈라졌던 기적의 장면이 연상된다.

3. 보행자가 우선이다.

제가 살았던 곳에 이민을 갔던 분이 제게 메일을 보냈다. “말씀하신 것보다 더 심하게 정차를 하더군요. 제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저쪽 15m 전방에서 그냥 서버리네요”라고 말이다. 아무튼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는 낌새가 보이면 즉각 서버린다. 사람들은 늘 안전한 상태에서 길을 건넌다. 손을 들고 건너는 우리네 풍습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4. 집에서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캐나다도 전문수리점이 많다. 자동차회사에서 해주는 AS기간이 끝나면 다들 그런 전문점을 찾는다(예를 들어, Canadian Tire와 같은). 그런데 주택에서 살아서들 그런지 집에서 자가수리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어떤 이들은 엔진을 올리기 위한 도르래장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수동장치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5. 차를 아낀다.

겨울에 아예 운행을 하지 않는 차량도 있다. 워낙 눈이 많고, 염화칼슘을 엄청나게 뿌려대기 때문이다. 그런 차량들은 나중에 중고시장에서도 가격이 높다. 우리나라는 중고차량 가격이 획일적이지만 캐나다에서는 같은 연식에서도 중고값이 다 다르다. 광고지에 “겨울에 운행하지 않음”이라고 명시한 차량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차량을 잘 관리함으로서 수십년이 지난 후에 Antique car로 전시가 된다. 봄이 되어 축제기간에 전시하는 기간이 있는데 그런 차량을 볼 때 마다 그들이 얼마나 차량 관리를 잘하는지 알 수 있다.

6. 안전벨트를 꼭 맨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도 헬멧(안전모)을 쓰는 나라이다. 안전에 대하여서는 병적으로 지킨다. 안전벨트로 마찬가지이다. 아이를 엄마가 안고 차를 타면 이웃집에서 신고를 한다. 꼭 유아용 시트벨트에 앉혀야 한다. 어린이나 성인이나 안전벨트를 꼭 맨다. 그런 문화 때문인지 차안에서 뛰거나 뒹구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경찰에게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7. 스쿨버스가 보이면 서행한다.

스쿨버스나 장애자운반용 차량의 운전석쪽 뒤에는 표지판이 있다. 그것이 펼쳐 있으면 무조건 서야 한다. 아이들이 반대편으로 건넌다는 말이다. 반대편 차량도 서야 한다. 그게 접혀있더라도 아주 조심스럽게 서행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운전면허증 시험볼 때 꼭 나오는 듯 하다. 예상문제에도 많았고, 실제로 내가 본 시험지에도 있었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이 몫이다. 그런 것을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어린이 교통사고율이 매우 낮다. 우리나라도 어린이를 비롯한 약자들을 보호하는 운전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8. 일시정지가 철저하다.

“Stop”이라는 표시가 있다. 이것을 보면 무조건 서야 한다. 사람이 없다고 서행하면 안된다. 말하자면 “absolute stop”이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처음에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운전시 무엇을 유념하면 되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Stop이 나오면 무조건 서고, 사람이 건너면 무조건 서고, 싸이렌 소리가 나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붙이고 서라”라는 답변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단정시”나 “일시정지”라는 개념이 없어져 버렸다.

9. 정확한 4Way 지키기.

복잡하지 않은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없이 4way나 3way로 표시된 사거리나 삼거리가 있다. 여기에서의 규칙은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먼저 출발한다이다.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차량만 보고 있다가 출발하면 된다. 그러니 신호등이 없어서 차량이 뒤엉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혹시라도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경음기를 살짝 누르고 손짓으로 알려준다. “너의 차례이니 가라”라고 말이다. 머뭇거리고 있다고 먼저 가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감동했다.

10.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존중한다.

오토바이는 차량과 동일시 한다. 자전거는 좀 다르지만 자전거를 늘 존중해 주고 안전하게 지켜주려고 한다. 자전거도 꼭 수신호를 넣어 좌외전 할 것인지, 우회전 할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신호를 보낸다. 물론 모든 자전거 운전자는 안전모(헬멧)을 쓰고 있다. 2년간 살면서 오토바이, 자전거와 차량의 충돌 사고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생각나는대로 적어 보았다. 내가 꿈꾸던 교통문화를 보고 배우고 왔다. 그리고 한국에 되돌아 와서 (물론 그 전에도 운전습관은 매우 좋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운전을 그렇게 하려고 노력중에 있고,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우리의 교통문화가 좀 더 성숙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고, 차량도 많은 상황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좀 더 성숙한 운전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그 본질이 나타난다. 따라서 운전문화는 그 사회의 수준과 운전자는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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