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

By | 2013년 2월 4일

하루에 한번은 줄을 서는 듯 하다. 학생식당에 가면 배식대를 따라 줄을 서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딜 가나 줄을 서야 한다. 조금 유명한 식당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줄을 선다. 은행에서도, 병원에서도,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어딜가나 줄을 서야 하는 문명에서 사는 셈이다.

옛날에 비하면 줄서는 것을 잘 하는 것 같다. 은행이나 식당에선 번호표를 부여받기 때문에 이젠 새치기는 사라진 듯 하다. 아직도 이마트 등에서는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것도 젊은 여자나 늙은 여자들이 많은 듯하다(이것은 일반화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내가 경험한 경우는 그렇다). 새치기는 이제 크게 문제는 안되는 듯 하다.

문제는 줄서기 할 때 사람과 사람의 간격이다. 난 누군나 나를 터치하는 것도 싫고 내가 다른 사람을 터치하는 것도 싫다. 아주 싫다.

10년전 캐나다에서 귀국직후 물건들을 사기위해 갓 개점한 하이마트에서 줄을 선 적이 있다. DVD 플레이어 반액세일 때문에 줄을 섰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다른 물건을 사기 위함이었고, 그날 특별히 배추 한포기에 100원에 판매하였던 탓에 수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문제는 뒤에 있는 할머니들이 계속 앞으로 미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할머니 앞으로 밀고 오셔도 순서는 바뀌지 않아요”라고 수차례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몸을 밀착하고 앞으로 미는 것이었다. 누군가 끼어들까봐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밀면 번호가 더 앞으로 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지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엽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나서는 캐나다 할머니들이 생각이 났다. 비가 오면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 봉지 같은 것을 뒤집어 쓰고 집을 나서던 그 귀여운 할머니들과 대조되어 슬픈 마음이 내 마음을 후벼팠다.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일까?’라고.

그 이후에 나는 계속해서 그런 불쾌한 경험들을 했다. 이마트에서 앞사람과 조금 간격을 유지하자 뒤에 있던 할머니가 하는 말, “왜 앞으로 안가요? 내가 갈까요?”라고 묻던 할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1미터를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약 50cm 정도 떨어져 있었을까? 아무튼 그런 경험은 이마트에 가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난 이마트에 거의 가지 않는다. 이런 일은 과연 나이든 사람들에게서만 있는 것일까? 롯데시네마에 가면 젊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있는 학생식당에서도 이런 일은 계속된다. 식판으로 자꾸 옆구리를 찌르는 놈들이 있다. 왜 그렇게 재촉하며 보채는 것일까? 어차피 앞 사람이 반찬을 집고 있으니 당연히 가지 않는 것인데 자꾸 식판을 밀어부친다. 어떨 땐 들고 있던 식판으로 한대 쳐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교수이기에 참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우리 문화의 수준이 아직도 매우 낮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같은 시대를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자괴감이다. 제대로 줄서는 것과 앞뒤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극히 기본적인 예절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타인을 배려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하는 행동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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