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다니는 아내…

By | 2013년 4월 15일

아내는 대학원에 입학하고 한 학기를 다닌 후 다시 1년간 휴학하고 복학을 했다. 간호전문학원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로 한 강좌만 수강한다. 300만원을 내고 겨우 한과목을 수강하는 셈이다.

아내가 대학원에 다니는 이유가 뭘까? 내가 28년간 보아온 아내는 교수를 하면 딱 좋을 품성과 두뇌를 가졌다. 그렇다고 아내가 대학원에 다니는 이유가 교수가 되기 위함이 아니다. 아내의 생각은 단호하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교수를 꿈꾸며 대학원에 다닌다. 어디 시간강사자리라도 생기면 갈 의향들인 듯 하다.

그렇다면 아내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아내는 이제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었다. 스스로 “노익장을 과시하면 안된다”라고 말한다. 교수가 되는 것은 “젊어서 부터 꿈을 꾸면서 젊어서 학문을 해서 자신의 학문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때 교수를 해야한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에 동감한다.

아내는 스스로 학원강사를 하다가 더 큰 꿈을 꾸고 교수를 하려고 한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그런 꿈도 없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아내의 생각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 교수의 꿈을 꾸는 것은 잘못이다. 교수는 단순히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다. 교수는 초.중.고의 교사와는 다르다. 교수는 자신의 분야의 교육도 하지만, 연구도 해야 한다. 나이가 많이 들어 교수가 되면 교육은 될지 모르겠지만, 연구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물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확률은 떨어진다.

교수라는 직업을 자신의 신분상승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나도 동감한다.

아내는 교수보다 더 고된 일을 하고 있다. 저렴한 강사료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수업을 한다. 그러나 아내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놀랍다. 대학교수인 나보다 수업에 더 열심히 준비한다. 나도 만만치 않은 시간을 수업준비에 할애하지만 아내는 무서울 정도이다. 간호조무사 수업이라고 아무렇게나 준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약자들이기에 더 많은 준비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대학원을 다니는 이유가 절대로 교수가 되려는 생각은 없다. 다들 대학원에 다니면 교수가 되려고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어제 교회에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아들들이 졸업하는 때까지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싶어한다. 그 다음에 좀 더 자신의 내면을 살찌울 수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단다. 지금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수업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참으로 좋은 품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아내와 사는 나는 행복하다.

지금은 나의 봉급만으로 우리 네식구가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아내가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서로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가? 언제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가?하는 대화는 하지 않지만 지금은 함께 일을 해야만 살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다.

아내는 단 한번도 푸념섞인 말을 내게 한 적은 없다. 단 한번도. 그리고 늘 자신의 일을 묵묵해 한다. 그렇다고 바보는 절대로 아니다. 사실 나보다 머리는 더 좋다. 그런 아내가 대학원은 지금 학원에서 일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고 (행정적인 문제로) 다닌다고 보면 된다. 대학원을 마쳐서 뭘 어쩌겠다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아내도 더 큰 꿈을 꿀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교수의 꿈을 꿀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젊어서 부터 준비해오지 않다가 나이가 들어 갑자기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젊어서 부터 준비해 온 누군가의 꿈을 방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교수라는 직업은 그것을 위해 젊어서 부터 열심히 준비해 온 사람의 몫이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지혜롭고 착한 아내의 답변이다.

6 thoughts on “대학원에 다니는 아내…

  1. 모네81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쌀쌀한 봄기운에 마음도 움츠려드는 듯 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아내분의 생각에 신성함마저 갖게 됩니다.
    생의 어느시점에서든 학문의 길을 가는 사람들 중 선생님 내외분과 같은 생각과 실천을 하는 사람을 글쎄요, 제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한번도 만나지 못했었고, 다시금 저도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앞으로 남은 봄날을 더욱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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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오랫만입니다. 모네81님.
      쌀쌀한 봄날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새싹이 올라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시길 소망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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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푸른아프리카..

    아직 미혼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배우자란 가정이란….
    또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있는 감사한 글이었습니다…
    ^^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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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앗…푸아님.
      여기까지 오셨네요. 아침 자동차문화에..제가 욱~했죠? ㅋㅋㅋ
      전 왜 그런 걸 보고 잘 못 참는 습관이 좀 있죠. ㅋㅋㅋㅋ

      교통문화는… 그 사회의 문화수준의 척도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나라도 좀 더 나은 자동차문화를 가졌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투덜거린다고 해서 변화될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만…
      그나마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카페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욱~했던 것입니다. ㅋㅋㅋ

      언제 기회되면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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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믿음

    아름다운 크리스챤 부부시네요 ^^
    환절기 감기조심 하시고
    좋은 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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