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입시에 관련된 추억 몇가지

By | 2013년 8월 30일

내일은 2014학년도 의전원입시 수시 면접이 있는 날이다. 지난주에 MEET를 보았으니, 수시 1차 합격생을 중심으로 면접이 있다. 1차에서 2.5배수를 뽑았으니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이제 의과대학으로 되돌아가는 대학들이 생기면서 의전원입시는 앞으로 2년동안은 치열한 전쟁터가 될 것이다. 의전원입시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그동안 간혹 적어 왔지만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내일 수시면접이라고 생각하니 몇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번째 이야기

“전북대가 어디있는지 관심들 없으시죠?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찾게 될 것입니다”

MEET관련 입시학원에서 개최한 입시설명회에서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대표하여 당시 학과장이었던 내가 설명회를 들으러 온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내던진 말이다. 상당히 도발적인 이 발언은 일단 청중들이 크게 웃어줌으로서 조용히(?) 넘어갔지만, 아직도 내 기억에는 생생하다. 대부분 서울권의 청중들은 충남이남의 학교들에겐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입시라는 것이 맘대로 안되는 법이다. MEET가 끝나고 막상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어 점수가 발표되면, 수험생들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의전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시 설명회는 MEET가 있기 전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먼 지방대학엔 관심들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분위기를 잘 알기에 의도적인 발언을 해 본 것이다. 그리고 실제 입시가 진행되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타지방에 있는 학생이 일부러 천년의 고도 “전주”에 있는 우리대학을 찾아올리가 없다. 어디까지 점수에 따른 서울을 기점으로 등고선식 서열화된 대학들을 찾아 지방까지 오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아무튼 이 도발적인 발언은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한방(?)이 필요했던 나로선 제대로 선방을 날린 셈이다.

당시에 나는 머리를 길게 묶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두번째 이야기

“꼭 김교수님이 어떤 분인가 한번 확인해 보려구요”

지난 봄에 어떤 분이 연구실로 찾아오셨다. 물론 그 전에 찾아오겠다는 전화를 받은 후였다. 그 분의 남편은 서울에 있는 모대학의 교수였다. 딸의 입시 때문에 온 것이 분명했는데, 왜 굳이 먼 전주까지 직접 찾아왔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전화상으로 말씀하셔도 되는데 굳이 이 먼 곳까지 오셨나요?”라고 질문했다.

그분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꼭 김교수님이 어떤 분인가 한번 확인해 보려구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되돌아 왔다. 그 분이 자녀의 입시 때문에 어느 학원의 웹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던 중 이런 질문과 댓글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OO지역에 살고, 우리 지역에 OO의전원이 있다. 전북의전원과 OO의전원을 모두 합격해 놓았는데, 어디를 갈지 고민이다”라고 질문이 올라왔다고 한다. 댓글 중 “아니, 당신의 출신지역이고, 대학도 좋은 대학인데 왜 굳이 전북의전원을 가려고 하느냐?”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질문한 그 학생의 댓글이 “전북의전원 면접을 갔을 때 김형태교수를 만났다. 그 교수님이 학생들이 대기하는 동안 긴 시간을 함께 하며 학교에 대한 이야기며, 면접에 대한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해주면서 아주 마음 편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런 좋은 교수님이 있는 전북의전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 글을 보고 김형태교수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단다. 그리고 자녀의 입시에 대한 상담도 했다. 그리고 선물로 와인한병을 주고 가셨다. 집에 있는 것 그냥 하나 들고 온거라며. (지금도 그 와인은 내 방에 그대로 있다)

지금 그 분의 자녀는 의전원 1학년에 잘 다니고 있다.


세번째 이야기

‘저런 학생은 떨어져야 하는데…’

의전원 입시에서 면접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면접은 어렵다. 사실 25분 정도의 시간에 교수들이 학생들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기는 일은 쉽지 않다. 좀 더 많은 시간을 면접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물론 면접실마다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점수화를 하는 면접은 나름대로 의전원 교수들도 공정성이나 안정성에 만족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지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학생들을 뽑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지.정.의 균형잡힌(물론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인격이 완성될 나이는 아니지만)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면접을 위한 시험문제 출제는 그 전날저녁부터 시작해서 면접날 새벽에 끝이 난다. 장소도 일정하지 않아 호텔이나 학교 게스트룸, 또는 특정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몇년 전 어느 호텔에서 면접시험 출제가 끝나고 학교로 되돌아가기 전에 호텔에서 아침을 먹게 되었는데, 마침 면접을 위해 온 학생을 보게 되었다. 호텔에서 식사는 과정에서 매우 신경질적이고 거만한 태로도 서빙하는 직원들을 대하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면접장소에서 그 학생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설마’라고 했었는데 말이다. 물론 나는 입시와 면접에 관리자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면접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학과장으로서 모든 입시를 총괄할 뿐이었다. 학생들을 모아놓은 강당에서 그 학생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학생은 떨어져야 하는데….”라고. 내가 호텔에서 보았던 그 학생의 모습은 결코 학생으로서 아니 사회인으로서 남들에게 보일 태도가 절대로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가지 행동을 가지고 너무 심한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호텔 식당에서 그런 행동을 보일만한 상황은 절대로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학생은 매우 얌전하게 면접대기실에서 면접을 치렀다. 그리고 그날의 면접이 잘 마무리 되었다.

그 학생은 지금 우리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면접날 호텔에서 보였던 그 거만에 찬 호기의 모습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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