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

By | 2011년 2월 21일

얼마 전에 어떤 교수께서 그런 말을 제게 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아버지로서 자격을 의심해 보았다”라고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두 자녀를 보내는 교수님의 푸념섞인 한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저에게도 닥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의과대학교수라고 하지만 지방국립대… 그것도 기초의학 교수의 신분으로선 두 자녀를 동시에 대학에 보내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감사하게도 저의 두 아들은 국립대 의대에 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부터 독립해서 원룸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생활비 등을 생각한다면 서울에 있는 자기 집에서 다니는 학생들에 비하면 경제적인 부담은 상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전에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학자금대출”을 신청했습니다. 학교이름과 학생이름만 치면 등록금 내역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대로 대출을 해 줍니다. 오늘 중에 입금이 완료되는 것 같습니다. 곧바로 입금이 되는 무서운(?) 시스템이 가동중에 있는가 봅니다. 처음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대출을 하면서 위에 언급한 어느 교수님의 말이 다시 떠 올랐습니다.

부모로서 경제적인 부분에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 수년전부터 아이들에게 대학등록금의 절반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어제오후에 큰 아들 주찬이가 원룸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기숙사의 짐을 빼서 옮기는 이사였지만, 1년 사이에 짐이 그렇게 늘었는지 몰랐습니다. 헐. 이사를 마치고 통닭을 시켜먹으면서 (이사 후에 시켜먹는 자장면이나 통닭은 더 맛있는 듯. ㅋㅋ) 주찬이가 이야기를 합니다. “과외를 하면서 학교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니 공무원인 부모가 받는 것이 무이자이기 때문에 유리하다. 그러니 아빠가 연금공단에서 빌려서 등록금을 내주면 나중에 내가 졸업후에 갚겠다”라고 말합니다.

처음 약속과는 차이가 있지만 아무튼 자신이 갚아간다고 하니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통해 대출을 받게 된 것입니다. 무이자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빚입니다. 마이너스 카드 보다는 무이자대출이 훨씬 낫습니다. 선배교수들이 대출 받는 것을 보고 남의 일 같이 느꼈던 것이 얼마전인데 벌써 제가 그런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저와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껴써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알뜰한 아내 덕분에 크게 빚지지 않고 살고 있긴 하지만, 두 아들 대학보내기는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늘 감사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준 아이들, 속썩히는 일 없이 대학들을 무난히 들어가는 입시, 그 과정에서 별로 부모로서 한 일이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면 등록금 문제는 그저 감사해야 할 또 하나의 조건이 되는 셈입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인 학자금 대출…. 앞으면 몇년간은 더 이런 일이 반복되겠지만, 늘 감사의 삶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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