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들을 만나다.

By | 2011년 3월 12일

10여년 전이었던가? 대학 졸업후 수년동안 수련과정을 거치는 시기, 그리고 개업 등으로 새로운 삶을 정착시키기에 힘들었던 시절에는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고 살던 대학동기들이 갑자기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할 때나 잠깐 보고, 각자 열심히 사는 동안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들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도, 때론 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30대 후반의 친구들…. 그로부터 4, 5년간 두 달에 한번 정도씩 정기적으로 만나던 친구들이 자녀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들이 되자 만나는 시간들이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작년엔 2월에 한번 만났고, 1년이 지난 어제 저녁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 모임은 제가 턱을 내는 자리였습니다. 보통때는 회비를 걷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두 자녀를 이미 대학에 보냈지만, 세째 늦동이가 있는 친구, 두 자녀를 모두 미국에 유학보낸 친구, 큰 애는 대학을, 작은 애는 아직 고딩인 친구, 장가를 조금 늦게 가서 이제 중학교 이하로 3명의 자녀가 있는 친구, 초등학교 3학년 늦동이를 둔 친구 등 모두 6명이 모였습니다. 일부는 가족들이 참석했고, 일부는 혼자서 참석했습니다.

이미 염색을 한 친구도 있고, 다촛점 렌즈를 끼고 휴대폰을 볼 때 마다 안경을 쳐들어서 보는 친구도 있습니다. 흰머리를 굳이 감추지 않은 친구도 있고, 머리숱이 많이 빠진 친구도 있습니다. 직원이 100명이 넘는 큰 병원을 경영하는 친구도 있고, 딸랑 간호사 2명과 함께 작은 개인병원을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의과대학교수도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동기 6명 중 2명이 대학교수로 재작히고 있군요.

경제적으로는 제가 가장 가난합니다. 친구들은 저의 연봉이 얼마인지 짐작도 못합니다. 몇년전에 슬그머니 제 연봉을 물어본 친구가 있었습니다. 본인들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니 당연히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모두 부자는 아닙니다. 서울에선 이미 의사들이 경제적 지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지방도시에선 아직도 의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업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동안 나누었습니다. 자리를 옮겨서 커피전문점에서도 비슷한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술들을 그리 많이 마시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한 친구가 이야기합니다. 자녀들에게 남겨줄 유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변을 합니다. “만족하는 살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행복할 수 없다”고. 저는 혼자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친구들이 이제는 세상을 보는 시각들이 조금은 철학적이 되었구나!’하면서 말입니다.

맞습니다. ‘자족하는 삶’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자녀들에게 퍼붓는다고 해도 자녀의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랫만에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운전을 하고 전주로 올라오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두 아들에게 여유롭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주찬이와 주원이가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맘이 편해졌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부모의 삶의 가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모든 것이 균형잡힌 그런 삶이 중요해 보입니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녀의 교육이 이루어짐을 느낍니다. 이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일부러 담지는 않았지만,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듯 합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달려온 것 처럼,

주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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