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검사 그리고 어릴 때 기억 하나

By | 2013년 12월 24일

어제 오후 늦게 청력검사를 했다. 큰 스피커소리가 나는 본당에서 늘 귀에서 찌직거리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귀밥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했는데 귀밥은 없다. 대신 고막(ear drum)이 두꺼워져 있단다(이것은 노화와 관련이 있으니). 그런 이유로 청력검사를 하게 되었다. 전에 왼쪽귀가 7,000Hz의 영역이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해 보니 양쪽귀가 모두 더 나빠졌다. 양쪽 모두 5,000HZ부터 떨어져있다.

노화의 단계라 실망할 것도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 마을회관 마당에서 놀다가 술취한 아저씨에게 뺨을 맞아서 고막에 손상이 온 적이 있다[관련글 보기]. 목포(진도에서 목포를 다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음데도)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한참 다녀야 했었다. 그 이유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난청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소리에는 민감하지만 “ㅍ”과 “ㅎ”을 잘 구분하거나 하는 자음을 듣는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그 원인도 모르고, 그 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 본 적도 없다. 총소리와 같은 소리는 멀리서 들어도 잘 듣는데 말이다. 청각과는 달리 소리에 민감도가 좀 높은 편이긴 하다.

그러고 보니 그 술취한 아저씨의 이야기가 빠졌다. 그 아저씨가 그 마을로 이사를 온 것은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떄이다. 사시장애아(나보다 한 두살 어린)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다. 그 아이를 동네아이들은 수시로 놀렸다. 그날도 마을회관에서 그 아이를 놀렸고, 그 아이는 울면서 집으로 갔는데, 아저씨가 그 사실을 알고 마을회관쪽으로 왔다. 그 아이를 놀린 적이 없었던 착한(?) 어린이였던 나는 그냥 그대로 놀고 있었고, 실제로 그 아이를 놀린 아이들은 술취한 아저씨가 오자 모두 도망가 버렸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내게 오더니 “니가 내 아들을 놀렸어?”하면서 다짜고짜 뺭을 후려갈겼다. “삐이~~”소리와 함께 왼쪽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집에 가서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귀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게 된 것이다. 충격적인 일은 그 일이 있은 후 1주일 후에 그 아저씨는 술에 취해서 길바닥에서 쓰러져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아마도 그 아이의 식구들은 그 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기억된다. 내게는 무서운 기억들이었다. 뺨을 맞은 것도, 이비인후과 치료과정도 모두.

사람은 늙는다. 몸도 마음도 모두 늙는다. 몸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마음만은 좀 더 천천히 늙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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