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문과생 의대지원 방안 보류” 뉴스를 보며

By | 2013년 12월 27일

역시 유∙불리를 따지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러섬일까? (지난 주에  “유리(有利)와 불리(不利)에 너무 민감한 사회“라는 글을 짧게 쓴 바 있다.) 서울대가 이 방안을 내놓은 이유를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성급하게 정책시행을 보류하게 되었을까? 결국 유리와 불리에 중심을 둔 사회의 서울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지난달 2015학년도 입시부터 의예과 등에 문과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울대의 원래 취지는 이랬다.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융합학문의 시대 정신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말했던 서울대는 “입시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초·중등 교육현장과 수험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추후 교육 여건 및 사회 환경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사회적 압력에 굴복한 셈이다. 형식이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가 “일반계 고등학교의 문제 제기가 많다”며 재고를 요청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이런 뉴스가 뜬다.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재수생에게만 유리한 방안이라는 논란과 함께 고교 서열화 구조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표출되었고, 서울대는 27일 학사위원회를 열어 의예과, 수의예과, 치의학과에 수능 응시영역에 따른 문·이과 교차 지원안을 재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라고 말이다.

서울대가 아무런 생각없이, 그것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대학입시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일까? 과연 이렇게 “보류”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면서 살그머니 꼬리를 내려야만 했었는가하는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 최고의 상아탑 서울대 마져도 자신들의 입시정책 하나도 결국 사회적 압력에 무릎을 꿇는다면 우리사회의 발전은 점점 무뎌질 것이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고의 문제를 떠나 그 정책을 내놓은 배경에 집중해야 할 사회가 결국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의대를 가기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준비하는(결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지만) 우리사회가 의대입시에 민감하다는 것은 알지만, 좀 더 먼 미래의 우리나라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 어떤 학생들을 뽑고, 어떻게 교육시키느냐에 따라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좋은 의사”를 배출하는데 유리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공의”에 더 유리한 정책을 말이다. 이것은 막연한 이상이 아닌, 우리사회가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다. 이것을 넘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늘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서울대가 정책을 내놓을 때 정말 우리사회의 발전과 공의를 생각했다면 보류를 다시한번 검토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이 스스로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지 못한다면 그 대학의 존재의 이유가 어디있겠느냐?하는 것이다.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들어와 보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상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입시정책이 어디있겠는가?

기존의 의대를 준비하고 이과에서 의대준비를 위해 힘쓰는 수험생들의 수고를 무시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분명히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춘 특별한 입시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면, 그것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정책을 펼쳐가는 것이 옳다. 그러지 못하고 사회적 압력에 쉽게 무릎을 꿇어버리는 모습이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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