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 2014년 1월 28일

설명절의 주간이다. 모두들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오간다. 명절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선물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수고의 뜻으로 주기도 하고,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전하기도 한다. 친구와 서로 주고 받기도 하고 친척에게 오랫만의 인사의 의미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선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선물이 아니다. 뇌물이다. 선물을 하면서 그 선물이 뇌물(,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 아닌지를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나는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가져오는 꽃다발이나 작은 선물을 절대로 받지 않는다. 호통을 쳐서 내쫒는다. 그러나 이미 의사로서 살아가는 제자들이 찾아오면 기꺼이 선물을 받고 좋아한다. 빈손으로 와도 그저 기쁘고 사랑스럽다. 학생이 교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들을 모아 모든 교수들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하는 것은 내 입장에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니네들이 졸업을 하고 일을 하면서 돈을 벌 때 사오는 선물은 어떤 것이라도 다 받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내 자신을 무슨 “철렴결백”이니, “독야청청”이니 하는 수식어로 꾸미려는 것이 아니다. 진정 졸업후에도 내가 고마운 교수로 남아 있다면 그 때 찾아오라는 것이다.

명절때만 되면 늘 내게 선물을 보내는 제자가 있다. 나이는 많지만 박사논문을 공동지도 한 제자이다. 늘 한결같이 선물을 보낸다. 가져온 직원을 통해서 이제는 되었으니 내년 부턴 보내지말라라고 당부해도 늘 그렇게 보내온다. 물론 환자도 잘 봐서 수술의 결과들도 좋다. 평판도 좋아 병원경영도 잘 하고 있다. 감사하게 잘 받고 있다.

어제는 선물로 인해 속이 많이 상한 날이다. 아니 뇌물때문에 속이 많이 상한 날이다. 정말 감사의 마음으로 하는 선물을 주고 받고 싶은 것이다. 무엇인가를 바라거나, 무슨 이익을(크던지 작던지간에) 생각하고 주는 선물은 뇌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격을 올려 보자.

지난주에 받은 선물 하나를 오늘 아침에 버렸다. 선물을 뜯어보지 않고 며칠을 두었다가 어젯밤 상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싼 선물이었지만, 난 그 선물을 받을 수 없다. 고상한 척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선물을 보낸 사람에 대한 나의 그동안 가졌던 좋은 마음이 깨지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지더라도 초지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선물로 내 마음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탁성, 또는 대가성 선물을 주거나 받는 문화는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어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2 thoughts on “선물

  1. 권여사

    저두, 저두요^^ 조용히 팔올려 같은 맘이라며 더해 봅니다^^;;~
    저도 절대적으로.. 아이들에게 말하는 내용인데요~
    난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이기에 니 녀석들보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더 많다!! 필요한 것이 없다!!! (사실일까요? ㅋ)
    근데 단 한 가지, 받으려 강조하는 게 있어요~ ㅎㅎ;;
    가면 갈수록 받기 힘든 사람의 마음, 그게 제일 잘 담긴 것이 손편지인거
    같아서 그건 좀 구차(?)하게 강요합니다~ ㅋㅋㅋ
    근데 왜 녀석들은 졸업하면 첨으로 사오는게 빠~아~알간 내복이 아닌
    알콜…일까요? 흑..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그거 아세요? 권여사님…

      손편지 받으면 모두 보관 파일함으로 들어간다는 것…ㅋㅋ
      권여사님 편지도 마찬가지죠…

      남겨두면 나중에 큰 추억이 될 것 같아서죠. ㅋㅋㅋ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내일 출장가기전에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멘탈 붕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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