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안에서

By | 2014년 2월 4일

서울에 다닐 때면 기차보다 버스가 편리한 전주, 그 덕에 늘 서울에 일을 보러 갈 때 마다 고속버스를 탄다. 버스안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 중 대부분은 불쾌한 경험들(주로 휴대폰과 관련된 것들)이 많지만, 재미있는 일들도 많다. 오늘도 서울에서 회의를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 몇가지 생각난다.

그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일은 “남의 자리에 앉아서 버티는 아줌마”이다. 왜 그토록 버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아줌마는 6번(3의 배수는 혼자 앉는 자리)에 앉아서 원래 주인이 와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해도 아무 대꾸도 않고 버텼다. 급기야는 개찰하는 직원까지 왔는데도 끝내 아무말 없이 그냥 버티고 있었다. 원래 그 자리 주인은 쓴 웃음을 지으며 뒷쪽으로 갔다.

왜 그렇게 버텼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전주까지 내려가는 2시간 40분 동안 얼마나 불편했을까? 혹시 불편하지 않았을까? 불편해 할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버스안에서 보아왔던 수많은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버스를 타고 가자면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보이곤 한다. 주로 통화내용이나 대화내용을 통해서 짐작하는 것이지만, 마음이 아픈 경우는 병원에서 진찰이나 치료를 받고 전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환자들을 간혹 보곤 한다. 조손가족이듯한 할아버지 내외와 손녀나 손자가 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주의 표를 사지 않고 그냥 타는 경우이다. 손주는 “나도 혼자서 앉고 싶어”라고 말하는데 좌석은 이미 만원이다.

처음에 탈 때 손주에서 “자리가 생기면 옮기면 돼”라고 말하는데, 여유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꼼짝없이 아이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가게 된다. 아이의 불만에 찬 소리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조용해진다. 대개는 잠이 들기 때문이다.

버스를 이용하면 운전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 운전을 하는 것 보다 경제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불쾌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젊은이들의 버릇없는 행동들이 가장 문제로 보인다. 요즈음 대부분 대학을 나오는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서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다. 벨소리와 큰소리로 전화하기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쉬는 것은 좋지만 중간에 휴게소에 들릴 때나 하차시 의자위치를 원래대로 복원하지 않고 그냥 내리는 경우나, 내릴 때 뭐가 그리 급한지 뒤에서 사람을 미는 행위 등은 버스여행을 불쾌한 경험으로 만들고 만다.

그냥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땅의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해진다.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을까?하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배우지 못하고 먹고 살기 바빴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들이라면 이해라도 가지만, 요즈음 젊은이들만큼 많이 배우는 세대가 이 땅에 얼마나 있었던가? 참으로 안타깝다.

버스는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쓰기 시작했는데 방금 톨게이크를 통과한다. 이제 경기도에 들어선 셈이다. 오늘은 버스안에서 잠을 청해보려고 한다. 너무 피곤한 하루이다.

4 thoughts on “고속버스 안에서

  1. 권여사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셨는지? ㅎㅎㅎ
    서울 오셨습니까? 여러 일들을 보시고 계시겠군요?
    전 이제 본격적인 새해,, 요이땅~ 했습니다^^
    근데, 카페를 조용히 나왔네요..^^;;
    정감있는 분들과 쉬이 소통하기가 다소 불편하긴 합니다.ㅎ
    교수님껜 블로그로 자주 놀러 오겠음돠~
    좋은 내용 함께 나눠 주세요! 그리고 같이 소통하고 있겠습니다~
    독감때문에 고생들 많이 하시던데..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일 가득으로 새학기 맞으시길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헉..
      그래서 카페에서 안보이셨군요.

      열심히 활동하셨던 분들 중…
      여자회원들이…
      카페를 떠나는 일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1월에 감기에 들었는데 (독감은 아니구요)
      잔기침이 오래갔더랍니다.
      지금은 거의 좋아졌는데….
      늙었는지… 간혹 잔기침이 한번씩 나오네요.
      기관지가 약해졌나 봅니다.
      (이 표현은 일반적인 표현이고 의학적으로는 hypersensitivity가 올라갔다고 표현 ㅋ)

      아무튼 카페에서는 못뵙겠네요.
      저도 요즈음 뜸해지고 있어요…
      바쁘기도 하고….
      관심이 다른 곳에 많아서죠.
      뭐 한 곳에 꽂히면…(실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긴 한데…)
      그것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라… ㅋㅋㅋ

      암튼 종종 뵈요.

      Reply
      1. 권여사

        아무래도 목을 많이 쓰시는지라…걱정이 됩니다..ㅠ

        전 어른(저도 어른인데요~ㅋ)들께서 배와 도라지를
        잔뜩 넣은 즙을 내려 주시는데 좋은거다~~
        생각하고 열심히 챙겨 먹습니다^^
        (저의 오지랖대로 한다면 나눠 드리고 싶은? ㅎ)

        교수님 글은 맘속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과하지 않아
        참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고 한번 움직여 보려구요~
        저번 주엔 영주를 다녀 왔는데…
        이번엔 부여를 한번 가 볼 생각입니다^^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음 살포시…
        ㅎㅎㅎ 한주가 어느덧 중반을 넘어 가네요~
        정말정말 건강, 유의하시길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행복한 여행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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