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소는…”

By | 2011년 4월 27일

의대생들도 “공부할 시간이 너무 없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만 한다면 공부시간이 절대로 부족하지 않습니다. 동아리활동, 선후배 모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을 빼앗깁니다.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도 시간을 빼앗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의대공부에 왕도는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해와 암기를 반복하는 길이 쉽게 공부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물론 머리가 좋다면 시간을 더욱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의대에서 실질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은 “2년”입니다. 그리고 2년의 임상실습을 합니다. 그 많은 과목을 2년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공부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상상을 초월하지만 대부분 이 일을 해 냅니다. 해 낼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내긴 하지만 좀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하느냐?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공부만 했다고 기억하게 될 것이냐?하는 문제도 결국 시간의 안배입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소는…”

이 말이 딱 맞습니다.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비단 의대생에게만 적용될까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직장인에게도… 똑 같을 것입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도 똑 같을 것입니다. 드라마 볼 것 다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다 누리면서 자녀교육에 올인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아이들을 그렇게 잘 키우셨어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아이들에게 올인 하십시요”라고요.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이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것도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딴 짓하지 않고 아이들의 모든 학습진행과정을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합니다.

저도 의대를 다닐 떄 그리 공부를 잘 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딴 짓을 많이 하고 다녔기 떄문입니다. 그렇다고 토가 나올 정도로 공부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분명히 남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도서관에 다닌 적도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제 머릿속에는 공부해야 할 컨텐츠들을 잘 정리해 두는 방법을 썼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암기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런 컨텐츠들이 순서대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암기하는 내용을 거기에 붙어넣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으로 공부를 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런 방법이 매우 효율적이었을 뿐입니다.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일 자체로도 삶이 피곤하고 지치기 떄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이외의 일들은 가지치기를 과감하게 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학교업무를 따로 맡고 있었기 떄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아내는 직장 업무이외에는 다른 일을 전혀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아직까지 개인적인 모임에 나간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남편이 못나가게 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삶의 우선 순위에서 그런 외부 모임들은 밀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어떻게 매주말마다 광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아이들을 케어하는지 놀랍다”라고 말입니다. 사실 그렇게 삽니다. 그렇다고 주중에 노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저녁 수업을 하고 낮에도 수업을 하는 아내는 제가 보기엔 철인 같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주말에 서울과 광주를 오가기 위해서 그럽니다.”라고 말이죠. 빨래를 넣은 큰 가방을 매고 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갑니다. 광주는 제가 동행합니다. 운전기사로. 가서 아이들의 방을 청소하고 빨래는 정리해 주고 옵니다.

아내를 보면서 “놀라운 집중력”에 늘 감탄을 보냅니다. 아내에게서 “집착”이란 없습니다. 20년을 살아봤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그 집중력은 삶의 가지치기를 매우 잘한 덕분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그 우선순위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소를 키우는 사람은 소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놀러 갈 것 다가고 할 것 다하면서 어떻게 소를 잘 키우겠습니까?

한 학생이 캡슐커피 한상자(10개들이)를 들고와서 “교수님, 저와 취미가 비슷한 것 같아서 한번 와 봐심더”하면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Indriya from India를 내려서 마시면서 공부이야기를 하던 중, 할 것 다하면서 공부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10여분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학생은 실습하러 갔고, 저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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