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의과대학으로 되돌아가면서 의예과(premedical course)가 의과대학으로 되돌아왔다. 의예과는 의전원이 되기 전에는 자연과학대학 소속이었다. 의전원이 되면서 폐지되었던 의예과가 다시 부활하면서 소속을 의과대학으로 변경하였다.
조금전에 끝난 올해 1차 주임교수회의에서 이 문제를 보고 받았다. 아직 강의실, 학과사무실, 휴게실, 실습실 등의 공간문제가 큰 이유이고, 상대적으로 커리큘럼(몇년간 작업을 해왔다)은 큰 이슈가 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나는 의예과 교육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몇가지 글들을 써왔었다(내 블로그의 검색에서 의예과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아직도 의예과에 대한 교수들의 다양한 생각을 어떻게 한방향, 한목적에 포커싱할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의예과 2년이란 세월은 의학과 4년중 실습을 뺀 나머지 시간, 즉 강의실과 실험실습실에서 받는 교육과 같은 시간이다. 의예과의 72학점의 학점도 결코 적은 학점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의예과 교육에 대하여 집중하지 못한다. 아니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학생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한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바로 의예과에 들어온 학생들의 나이이다. 만 20살을 전후해서 들어오는 의예과생들의 나이는 인생을 더욱 값지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에 정말 적합하고 결정적인(critical) 시기이다. 이 시기에 이들의 인생을 바꾸놓을 시간이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심하게 말하면 그저 public(이 글에서 public은 사회적 리더그룹이 아닌 그룹을 지칭하는 뜻으로 표현했다)으로 살아갈 인생으로 갈라지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의대로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좋은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들어온다. 그들이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사회의 리더가 되지 못한 채 그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public으로 살아가게 만들것인가?하는 문제는 기성세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자신이 의대교수이던지 아니던지 간에 기성세대라면 그런 책임이 있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public이 되면 안되냐?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단호하다. 현재의 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지적 수준은 사회적 책무성을 갖는 사회적 리더로서 살아야 할 의무를 갖는다. 그런 재능과 능력, 배경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사회적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예과생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예과생의 사회적 방치는 사회적 및 국가적 손실이다. 단순히 지식을 가진 의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사가 되는 첫걸음이 의예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의예과는 그저 본과를 가기 위한 잠깐의 코스라고 생각한다. 잠깐이 아니다. 의학 전체를 배우는 의학과(본과) 2년과 같은 시간이다. 결코 헛되이 보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강의실이나 실습실, 도서관에 쳐박아놓고 공부를 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이어야 한다. 그들이 의학을 배우기 위한 전단계로서의 지식과 학문을 함양하는 시간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의예과에 무관심하다. 이것은 사회적 손실이나 손해로 이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의예과를 다닌 두 아들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 자신이 의예과를 다녔던 시대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의예과의 삶이 의사로서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지난번 쓰다가 중단된 “의사의 미래, 의예과에 달려있다”라는 책은 쓰지 않을 생각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지금의 의예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중인 현재의 집행부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기성세대가 져야 할 책임이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모든 의과대학 교수들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의예과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