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교수로 잠시 살았던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신호등 체계는 기본적으로 비보호 신호등이다. 비보호라는 표지판이나 표시가 없어도 반대쪽에서 차량이 오지 않으면 언제든지 좌회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우리나라 신호등도 비보호가 많아졌다.
비보호 신호등은 신호에 관계없이 좌회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반대쪽이나 좌우에서 오는 차량이 없을 때”라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지면 사고로 이어진다.
문제는 앞차량이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경우, 뒷차량이 앞차를 따라서 좌회전을 하면 안된다. 자신이 직접 반대쪽이나 좌우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지를 확인한 후에 가야 한다. 앞차가 간다고 꽁무니에 붙어서 가는 것은 불법이고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런 행위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아무리 좌회전이 가능한 비보호 신호등이지만, 우선권이 있는 반대쪽 차량이나 좌우에서 오는 차량에게 절대적으로 양보를 해야 한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운전자가 반대쪽이나 좌우에서 오는 운전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제대로 모르는지, 알고 있는데 무시하는지 모르겠지만 잘 지키지 않는다. 성숙되지 못한 운전문화의 사회에서는 그런 자율권 자체를 박탈하고, 다시 강압적인 신호체계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자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앞차량이 자신의 목숨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앞차량이 자신의 갈 길을 터주는 것도 아니다. 운전자 스스로 비보호 신호등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여 죄회전을 하는 사회이길 소망해 본다. 앞차를 그냥 따라가서는 절대로 안된다.
인생의 길도 똑같은 의미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