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화상 ⑤ 예약문화

By | 2014년 5월 30일

요즈음 어딜가나 예약을 하고 간다. 극장을 비롯하여 병원이나 레스토랑도 모두 예약을 하고 간다. 예약문화가 시작된지 오래되었고, 서서히 자리매김을 하는 듯 하다.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홀에 세팅된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들어갈 때 부터 나올 때까지 계속 가장 좋은 자리를 그렇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 레스토랑 사장에게 물어보니 예약석이란다. 그리고 한마디를 보탠다. “예약 후에 시간을 맞추어 오는 경우가 참 드물다. 이렇게 자리를 계속 잡아두기만 하고, 심지어는 연락없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한다.

아직도 손님이 갑이고, 갑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쉽게 하는가 보다. 병원의 경우 예약환자를 더 많이 받는다. 연락없이 오지 않는 경우를 미리 계산해서 이다. 그러다 보니 예약환자의 대기시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버스티켓도 온라인상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버스의 경우는 출발시간 기준 24시간이내의 경우는 10%의 취소수수료를 낸다. 예약당일 예약 후 1시간 이내에 취소하면 수수료는 없다. 만일에 부도처리(예약해놓고 취소도 안하고, 발권도 안하는 경우)되는 경우는 위약금 20%를 낸다.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예약문화는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약속이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예약문화는 퇴보하게 된다. 특히 예약문화의 정착은 공급자의 수익성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결과는 바로 예약자인 소비자에게 되돌아간다.

나는 식당에 예약을 하면 몇시간 전에 확인전화를 하고, 만일에 몇분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가면서 전화를 한다(물론 늦지 않게 가긴 하지만). 이런 경우 주인의 밝은 목소리를 수화기를 통해 듣게 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의 확인이다.

나 한사람인데 어때?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사회의 예약문화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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