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의 미학

By | 2014년 6월 27일

집(house)에는 지붕이 있고, 지붕 끝에는 처마(eaves)가 있다. 완전한 큐브형태의 집아 아닌 이상에야 지붕과 처마는 있기 마련이다. 처마는 단순히 지붕의 연장선이 아니다. 처마는 여름에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벽이던지 유리창이던지)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과 곧바로 떨어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처마는 무작정 길게하지 않는다. 햇볕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겨울철에는 햇볕이 집안 깊숙하게 들어오도록 설계가 되어야 한다. 여름과 겨울의 햇볕의 각도가 극명하게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이러 부분이 더욱고려되어 집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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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처마밑은 데워진 공기가 올라가서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이런 역학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집의 역학이나 공학을 다 내버려두고라도 나는 오늘 “처마의 미학”을 생각해 본다. 물론 지붕이 연장되는 특성 때문에 생기는 미학이다.

처마밑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처마밑은 처마끝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비와 햇볕은 피한 후에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하나 집안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 그리고 집이 주는 따스함을 기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단 집 뿐만 아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처마밑은 많이 있다. 처마밑에서는 안도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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