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에 대한 단상

매년 반복되는 설명절에 대한 설렘이 없어진지 꽤나 오래 되었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설명절에는 늘 ‘언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차가 막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교통체증이 심하고, 뉴스매체들마다 앞다투어 기사화한다. 하나의 문화명절이 되어 버린 교통체증은 이제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 “왜 이렇게 반복되는 일을 반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자, “명절은 원래 그러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과연 명절은… Read More »

의예과생과의 대화

의예과 1학년을 마치고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 한 명이 찾아 왔다. 그 학생의 부모님을 지난 토요일 모임에서 만났을 때, 한번 내게 찾아오라는 말을 했었다. 요즈음 기회가 되는대로 의예과생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과 생각들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한 달 가까이 유럽 여행을 마치고 얼마전 돌아왔다고 한다. 들어오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의예과 1년의 소감은?” “많이 아쉬워요”라는… Read More »

마음의 상처를 싸매고 가지 마십시오

삶을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주게 된다. 서로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명절이 되면, 가족 간에 쌓였던 상처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작은 상처들이 쌓여 큰 아픔을 만들기도 하고, 큰 상처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상처는 싸맨다고 치료되지 않는다. 상처는 꿰매야 치료가 된다. 흔적은 남겠지만 꿰맨… Read More »

No More Night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과 그리 좋지 못한 인상을 한 David Phelps가 부르는 “No More Night”는 들을 때 마다 감동으로 다가 온다. 내가 그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도, 또 누군가에서 그를 소개할 때에도 “소도둑처럼 생긴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그런데 그의 노래에는 진정성이 있고, 감동이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여기에 글 하나를 남겨 놓는다.   No More Night The timeless theme,… Read More »

친구 아들과의 만남

현재 가정의학전문의로 개원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 지난 주에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아들이 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축하의 말을 전하며, “다음 주에 아들을 내게 한번 보내 줘”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아들이 내 연구실에 찾아 왔다. 내 친구는 아들에게 의대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나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누가… Read More »

세월호,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지난 시간에서 최근 10년 동안 있었던 일들 중 몇 몇 일들을 잃어버렸다. 잊어버렸다는 표현보다는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내게는 더 적절한 듯 하며, 이렇게 잃어버린 기억들이 조금은 있다. 이것이 2년 전 발병한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과 관련이 없을 듯 한데, 문제는 메니에르의 시작과 일치를 하고 있어서 의학적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최근 국정농단과 맞물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의 행적”에 대한… Read More »

단톡방

카카오톡(KakaoTalk, 대개는 줄여서 ‘카톡’이라고 부름)이란 SNS가 우리사회에 뿌리가 내린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카카오네비라는 네비게이션도 있고,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카카오택시도 등장했다. 얼마나 확장될지 알 수 없지만, 카카오톡은 아무튼 휴대폰의 일반 문자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SNS의 도구이다. 카카오톡의 장점 중 하나는 단체로 문자를 주고 받는 “단톡방”(단체카톡방) 개설이 가능하고, 동시에 “다중 통화”(동시에 여러명이 통화를 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단톡방은… Read More »

오늘이 내 생일?

몇 년 전에 아내와 나의 생일을 하나로 통합하였다[관련글 보기]. 그러면서 실제 생일에 대한 개념이 없어져 버렸다. 아침에 어머니로 부터 생일축하 전화가 왔다. 2주 전에 아내의 생일을 깜빡했다며 통장으로 돈을 넣어 주시면서, 내 생일도 미리 축하한다며 입금해 주셨는데 오늘을 잊지 않고 전화를 주셨다. 정작 나와 아내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아내에게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물으니, “그런가 보네. 역시 어머니셔~”라고 답을… Read More »

우연히 발견한 편지 한 장

어제 편지를 보관하는 파일을 열었다가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봉투를 보니 2009년 2월이라고 되어 있다. 당시에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해부학실습을 온 학생들이 보낸 것이다. 아마도 3일간의 실습이 끝나는 날에 내게 직접 전해준 편지라고 생각된다. 서울여자간호대학 학생들이 3일간 전주에 머물면서 해부학실습을 했다. 내게 자료가 없어서 어떻게 실습을 했는지 기억이 거의 없다. ‘아! 맞다! 그랬던 적이 있었지!’라는 정도의 생각만 남아 있다.… Read More »

절반의 미학(美學)

나는 요즈음 커피를 절반만 마신다. 캡슐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절반만 마신다. 절반은 “절제”이다. 절반은 “남김”이다. 따라서 절반은 내게 “여유”를 가져다준다. 다 마시고 난 커피잔을 더 기울이며 홀짝거릴 필요가 없다. 그저 절반가량 남은 커피를 마시지 않고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절반의 커피 위에 남겨진 크레마가 내게 커피향을 제공해 준다. 나는 커피향까지 누린다. 절반은 미리 계획하고 실행하는…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