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미학(美學)

By | 2017년 1월 20일

나는 요즈음 커피를 절반만 마신다. 캡슐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절반만 마신다. 절반은 “절제”이다. 절반은 “남김”이다. 따라서 절반은 내게 “여유”를 가져다준다. 다 마시고 난 커피잔을 더 기울이며 홀짝거릴 필요가 없다. 그저 절반가량 남은 커피를 마시지 않고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절반의 커피 위에 남겨진 크레마가 내게 커피향을 제공해 준다. 나는 커피향까지 누린다.

절반은 미리 계획하고 실행하는 삶의 과정이다. 꽉 채우는 것과 모두 비우는 것에는 “여유”의 미학이 없다. 눈이 많이 내린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커피를 내리면서 나는 “절반의 미학“을 누릴 마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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