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가난

[어릴 적에. 11] 죽을 나르던 엄마들

이 기억은 내가 초등학교들어가기 전 해의 이야기일 것이다.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큰 솥에 죽을 끓여서 학교에 가지고 갔던 이야기이다. 매일 그랬던 것 같지는 않고 가끔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학급에 간식을 넣은 것과 같은 일이었다. 물론 고학년 학생들은 도시락을 사가지고 다녔겠지만 배고팠던 시절이라 동네별로 돌아가며 죽을 쑤어서 가져가곤 했다. 우리마을에서 학교까지 1km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엄마들이… Read More »

[어릴 적에. 2] 똥바아저씨

내가 살았던 마을은 장언리이지만, 둔전리와 붙어 있어서 사실상 한 마을이나 다름이 없었다. 행정구역상 나뉘어져 있을 뿐 좁은 길 하나를 두고 마을이 갈라져 있었는데, 장언리의 집들 중 절반은 둔전리 안으로 파고 들어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두 마을은 그냥 하나의 마을로 인식하고 있었다. 둔전리에서도 산쪽으로, 그러니까 마을의 윗쪽에 가면 흙으로 지어진 작은 초가집이 있었는데, 그 곳에는 똥바아저씨와 그의 가족들이 살고… Read More »

가난, 장학금, 그리고 부요함

학년주임교수를 하다보면 장학금 수혜자를 선정해야 한다. 장학생(성적장학금은 등록금을 낼 때 이미 성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함금이다)을 선발하기 전에학생들과의 면담을 하게 된다. 정말 형편이 딱한 경우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간혹 장학금을 떠도는 돈으로 생각하고 그냥 찔러보기식으로 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도 있고, 지도교수(평생지도교수제에 의한)를 찾아가 죽는 시늉을 해서 지도교수를 통해 장학금을 신청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난하지 않은…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