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24] 우체국 교환원

By | 2014년 9월 16일

우리 마을엔 우체국이 있었다. 면소재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체국이 있었다(나중에 우리가 이사갔던 금골리로 옮겨졌다). 우체국에는 우체부 아저씨 뿐만 아니라, 전화를 이어주는 전화교환원이 있었다. 지금처름 자동으로 연결되거나, 무선전화가 있던 시절이 아니다.

전화기에 있는 다이얼을 돌리면 교환이 나오고 “OO번을 대주세요”, “OO번 부탁합니다”, “OO네 부탁드려요” 등으로 표현했다. 처음에 우리집 전화번호는 7번이었다. 오직 한자릿수 전화번호만 존재했다. 그러던 것이 다니 두자릿수 전화번호로 바뀌었고, 나중에 자동교환장치로 바뀌면서 네자릿수 전화번호가 탄생했다.

당시에 우체국에서는 전화교환원이 있어서 밤낮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는 일을 했다. 낮에 근무하는 경우는 다른 직원들이 있어서 괜찮았겠지만, 밤에 혼자서 우체국을 지키며 일을 해야 하는 여자 교환원에겐 업무의 피로 이외에 보완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에 놀러가면 전화교환원 누나가 참 잘 해주었다. 교환원이 자주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다. 집이 우체국에서 가까웠던 이유로 자주 놀러를 가곤 했다. 때론 먹을 것도 얻어 먹고, 말동무도 되어주기도 했다. 아마도 업무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화교환기는 큰 장치는 아니었고 교환원 혼자서 코드를 빼서 이리저리 꼽는 수준이었다. 물론 높이 있는 곳은 약간 엉덩이를 들어야 할 만큼 높게 있긴 했지만 주로 앉아서 업무가 가능한 그런 모양이었고 규모였다.

언젠가 한번은 어느 전화교환원에 대한 소문이 있었다. 남자가 있는다 둥, 임신을 했다는 둥, 여러가지 소문을 만들어냈는데 얼마되지 않아 그만 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밤에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들은 시골에서는 많지 않았겠지만 우체국 교환원은 밤에 일을 함으로서 업무 이외에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번 추석에 가보니 우체국은 가시덤불로 싸여있을 정도로 버려져 있었다. 어렸을 때는 큰 건물인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보니 컨테이너 박스 같은 느낌이다. 그 때 일했던 전화교환원들은 지금은 모두 할머니들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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