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 자주 일을 하러 오시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바로 병직이 아저씨이다. 성은 모르겠고 이름이 “병직”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그냥 우리는 “병직이아저씨”라고만 불렀으니 말이다. 그 아저씨는 둔전저수지(약 24만평 정도의 간척 저수지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가에 살았다. 둔전저수지 근처에 몇몇 집이 모여 있었지만, 병직이 아저씨네 집은 그 집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집이었다. 세등리로 가는 커브길쪽 아래에 저수지 바로 맞닿아 있는 외딴집이었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작은 딸은 함께 살았는데, 저수지에 얼음이 얼었던 어느 겨울에 얼음위에 있는 죽은 청둥오리를 가지러 가다가 얼음이 깨져서 익사하고 말았다. 아마도 청둥오리가 죽어있던 곳의 얼음이 녹아서 얇아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인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큰 딸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큰 딸이 언젠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에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난동을 피웠다. 방안에 있던 나로선 그냥 무성한 소문만 들었다. 그 딸이 경찰인데 조폭과 관련되어서 조폭들이 지금 죽이겠다고 왔다는 등 어린 나이로선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그 뒤로로 회자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일이 마무리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날 밤 온 마을은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가 숨어 있어야 했고, 신작로에서는 남자들의 고함치는 소리와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만 들렸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병직이 아저씨는 부잣집 머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625동란이 나서 북한군이 진도에 까지 쳐들어 왔을 때 공산당 앞잡이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마을에서 쫓겨나서 저수지 근처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병직이 아저씨는 늘 남의 집 일을 도와가며 일상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