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금성초등학교는 금골산이라는 돌로 구성된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금골산 아래에는 두 개의 절이 있다. 우리는 큰 절과 작은 절로 구분해서 부른다. 그 절이 있는 숲과 학교 사이에 밭이 있다. 그 밭은 원래 산이었으나 나무를 뽑고 밭으로 만든 곳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2년때 쯤 그곳에 유자나무를 심었다. 마을별로 유자나무 그루수를 할당받아 고학년에서 저학년까지 그 일에 참여했다. 삽질은 고학년들이 하고, 나를 포함한 저학년들은 묘목을 옮기는 일을 주로 했다.
땅을 파고 묘목의 뿌리를 직간으로 휜 다음에 북쪽을 향하게 한 후에 심었다. 나중에 뿌리가 남쪽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에 북쪽으로 해 두면 뿌리가 남쪽으로만 방향성을 갖지 않고 골고루 퍼질 것이라는 설명대로 한 것이다(그것지 맞는지 틀린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렇게 묘목을 세운 후에 파서 옆에 쌓아 두었던 흙으로 다시 구덩이를 메우고, 발로 밟은 후에 물을 주었다. 물을 퍼나르는 일은 주로 여학생들아 맡았다.
그렇게 심어둔 유자나무를 학교에서는 꾸준히 관리를 하였다. 초파일에 절로 가는 신자들이 유자나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학생들이 지키기도 했다. 왜냐면 아랫쪽에서 절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관리한 유자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십수년 뒤에 유자가 꽤나 나온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지만, 실제로 유자가 달린 것을 보지는 못했다. 우리 때 심은 유자가 열매를 맺은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른 뒤였다.
누군가 땀흘려 심는다면 후에 누군가 그 수확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