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38] 고전읽기 경시대회

By | 2014년 9월 18일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고전읽기 경시대회가 있었다. 춘향전이나 홍길동전과 같은 소설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역사책, 공룡이야기와 같은 과학서적, 등 다양한 책들을 읽고 시험을 보는 대회이다. 3학년에서 6학년까지 학년별로 읽는 책을 수준별로 분류하여 읽게 하였다. 책 종류는 해마다 달라졌다. 아마도 이런 대회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독서량을 늘려주는 목적이 컸던 것 같다.

대회는 진도군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가 참여하는데, 단체전과 개인전이 있었다. 단체전은 각 학교별로 정해진 숫자가 참여하는데, 이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경쟁을 하는 것이고, 개인전은 말 그대로 개인에게 수상을 하였다. 여기에서 수상한 학교(단체전)와 개인전의 수상자(우승부터 장려상까지 몇명의 학생, 숫자는 기억나지 않음)은 광주에서 열리는 도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우리학교가 단체전에서 우승을 한 적은 없지만, 내가 두번째 출전했던 4학년 때 개인전에 수상을 해서 광주 수창초등학교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광주에서 열렸던 대회에서는 같은 방을 썼던 3학년 동생이 수창초등학교 근처 앞길에서 길(금남로 5가정도였을 것이다)을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에 택시에 부딪혀 붕떴다가 떨어졌는데, 시험에 응시한 후에 진도로 되돌아 왔다. 특별한 골절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했던 것이다. 우리를 인솔해 갔던 교육청 장학사와 단체전 학교의 선생님들은 많이 놀랐을 것이다.

5, 6학년때는 대회에 나갔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3, 4학년 때의 기억은 매우 또렷하다.

고전읽기경시대회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장려정책이었지만, 그 때 읽었던 내용보다는 나중에 내 스스로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었던 책내용들이 더 머릿속에 남는다.

또다른 기억이 있다. 광주에서 열렸던 도대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는 광주에서의 도대회에서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 내 기억으론 아주 나쁜 성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도대회 후 한달가량이 지난 시점에 우리를 인솔해 갔던 진도군 교육청의 장학사가 우리학교를 방문했는데, 어린 마음에 다가가서 인사를 하지 못하고 그를 피했다. 도대회를 잘 치르지 못한 죄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계단을 오르던(우리학교는 2단계의 계단을 올라야 운동장에서 교실로 갈 수 있다) 장학사를 피하던 내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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